"AIDS위험, 물 더럽혀 안돼" 한국사회 인종차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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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날짜, 기자

2011-10-13 15:26 경남CBS 최호영 기자블로그

다문화시대 한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지만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한 한 여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귀화인 구수진(30.여.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씨는 지난 9월 25일 오후 3시쯤, 부산시 동구 초량동의 한 사우나를 이용하려다 제지를 당했다.

직원은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 씨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소연했지만 업소측은 "생김새가 외국인"이라며 끝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구 씨는 지난 2002년 입국해, 결혼을 한 뒤 2009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부당함을 느낀 구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 출입 거부를 규제할 수 있는 현행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구 씨는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구 씨는 "업주가 '외국인이 사우나의 물을 더럽힐 수 있고, 에이즈(AIDS)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한국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껴 외국인은 절대 출입을 금지한다'고 말했다"며 "다른 친구들도 갔지만 번번히 거부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업주는 "개업 당시부터 외국인 출입 금지가 일관된 영업방침"이라며 "에이즈 발언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구 씨가 한국 생활을 하는 동안 당한 인종차별적인 인권침해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구 씨는 "아파트 전세를 구할 때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재수없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방을 내주지 않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해도 한국 손님들이 다 나간 다음에 들어오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도 한국 국민이지만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어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 씨와 같은 외국인이 더이상 차별을 받지 않도록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구 씨처럼 외국인이 인종차별을 받아도 고소, 고발 등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제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주민센터는 전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구 씨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업주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철승 소장은 "외국인 인종차별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이 없기 때문에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며 "인권위가 조사를 벌여 권고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국인과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갖고 있지만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이주민 130만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구에서도 이주민 사회와의 갈등으로 큰 홍역을 치뤘다"며 "서구처럼 사회통합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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