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G20 빌미 외국인 범죄와 전쟁선포?

이주노동자에 ‘노골적 인종차별’

윤지연 수습기자  / 2010년05월14일 17시23분

몽골 유학생 A씨(여)는 지난 5월 3일 광희동 몽골타운의 한 회사에서 일을 하다 6명의 출입국 단속반에 의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A씨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무작정 “같이 가자”고 했으며, 그녀는 이주노동자들이 꽉 찬 버스를 타고 목동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영문을 모른 채 끌려갔다. 체류 자격이 있는 A씨는 6층 사무실에 도착해 담당자를 연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은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직원들은 그녀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핸드폰을 빼앗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서류에 사인을 하게 했다. 그리고 죄를 지어 감옥에 온 사람들처럼 줄을 세워 탈의실로 들어가게 한 뒤, 두꺼운 운동복을 주며 여성들도 하의만 남기고 다 벗으라고 했다. 

그 뒤 작은 방에 19명의 사람들을 구금하고, 11시 전에는 눕지 못하게 했으며 밤 11시가 넘으면 앉아있지 못하게 했다. 이불 한 장 없는 방에서 하루를 보낸 A씨는 다음날 풀려났지만, 직원들은 그녀를 풀어 줄 때 어떠한 설명과 사과도 없는 채 그냥 가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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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관련 기만적인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미셀 씨.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적인 강제 단속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월 3일에 있었던 몽골 유학생 A씨에 대한 불법 단속 뿐 아니라, 지난 4월 7일에는 대구출입국관리소의 무리한 단속에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에는 경찰이 영장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한 식당에서 외국인 노동자 1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늘릴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고 있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법무부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미등록 이주자 집중 단속 기간을 정했으며, 경찰청 또한 5월 2일부터 50일간 ‘외국인 범죄’ 단속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최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폐지되었던 외국인 지문날인을 확대, 부활시키고 외국인의 얼굴 사진 등 생체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공동행동’은 14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G20 관련 기만적인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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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G20 관련 기만적인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대응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G20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됨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안건수 이주인권연대 대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강제 단속은 더 많은 인권침해를 낳고 있다”며 강제 단속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이자 이주노조 조합원인 미셀씨는 “인종차별주의라는 질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또한 그것에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취급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노동자들이 부상당하거나 죽어가고 있다”며“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장과 노동권 쟁취를 위해 도와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출입국관리법 개정과 관련해 정정훈 공감 변호사는 “길거리에 똥이 있는데 그것을 신문지로 덮고 간다고 해서 냄새가 안 나겠나. 오히려 밟고 지나갈 확률이 더 많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은 인권 침해적 관행들을 합법이라는 포장지로 덮어 놓은 것 뿐”이라면서 “곧 그 악취가 진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G20 을 명분삼은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문에서는 “이런 명백한 인종차별적 정책은 정부가 그 동안 그토록 외쳐왔던 다문화주의와는 완전히 상반 된다”면서 “오히려 피부색과 국적을 근거로 어디서든 외국인들이 불법적 신문을 당하고 체포되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이라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 도중, 종로 경찰서에서는 기자회견단에게 3차례의 자진해산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구호제창과 피켓팅을 했기 때문에 미신고 옥외집회로 변질됐다”면서 “3차 해산명령에도 불응한다면 경찰이 직접 해산을 시키는 것은 물론, 영장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형사처벌 하겠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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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단에게 해산명령을 방송하고 있는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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