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도 노동기본권 보장될까?...헌재 공개변론

이주노동자 노동3권 침해 VS 노동3권, 외국인에게 인정되지 않아

윤지연 기자 2011.05.12 16:13

12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이주노조 전 지도부의 표적단속과 강제추방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 2008년 5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주노조 토르너 림부 전 위원장과 압두스 소부르 전 부위원장을 강제출국 시키자, 이주노조는 같은 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청구인들은 2008년 5월 2일, 오후 8시 20분부터 9시 사이에 각자 다른 장소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에 의해 긴급보호됐다. 이후 이들은 같은 해 5월 9일, 서울행정법원에 보호명령 및 강제퇴거명령 취소의 소를 제기하고, 강제퇴거 효력을 정지하라는 취지의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또한 5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단속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접수, 긴급구제조치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5월 15일 오전 11시 경, 피청구인에 대해 청구인들의 진정사건의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청구인들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하는 취지의 긴급구제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출입국 사무소는 같은 날 오후 2시경,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을 무시하고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청구인에 대한 강제퇴거 집행을 개시했으며, 오후 9시 30분 경 청구인들을 강제출국시켰다.

이주노동자 노동3권 침해 VS 노동3권, 외국인에게 인정되지 않아

청구인의 대리인으로 나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장서연 변호사는 “심판대상 행위들은 청구인들의 노조 활동 불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집행행위의 일련의 과정은 청구인들의 노동 3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주노조 3대 지도부였던 청구인들은 1대, 2대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대에 기습적으로 단속되어 ‘표적단속’이라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에 대한 단속이 통상적인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이라고 주장하지만, 집행행위의 과정에서 통상적 과정과 다른 점이 많다”며 “전임 임원이었던 2대 집행부 3명 역시 2007년 11월 27일 같은 날 기습적으로 보호조치가 완료됐으며, 1대 위원장 역시 2005년 5월 경 노조설립신고서 제출 15일 만에 강제추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주노조 위원장인 미셸 씨 역시 현재 체류자격 취소와 출국명령을 당한 상태다.

하지만 피청구인인 법무부장관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 측 변호인단은 ‘표적단속’은 타당하지 않으며, 노조활동 불이익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측 김재방 변호사는 “청구인들은 각각 16년 5개월, 9년 5개월 동안 불법체류한 자들로, 출입국 사무소는 2007년 이래 불법체류자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왔으며,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 역시 통상적인 불심검문으로 노조 활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표적단속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헌법상 근로 3권을 포함한 사회적 기본권은 그 나라 자국민에 대한 기본권으로 외국인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외국인에 대한 근로에 관한 지위와 취업활동의 지위 등의 설정은 자국민의 상황 등에 따라 법률 정책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구인측 대리인인 장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상의 보호제도는 법관이 아닌 출입국관리소장 등이 발부한 보호명령서에 의해 용의자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으므로,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 집행행위는 헌법 제 12조 제 3항의 사전영장주의 및 동조 제3항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특히 이 사건에 대한 긴급보호는 사전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긴급보호는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에서도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며 “또한 청구인 소부르에 대한 긴급보호의 경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직원들이 청구인 주거에 침입하여 이루어졌으므로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08년 5월 9일, 이주노조가 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의 심리가 끝나기 전에 피청구인 측이 집행을 강행한 것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 됐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측 김재방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영장주의원칙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또한 이 사건 각 긴급보호는 헌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정소송법은 집행부정지를 원칙으로 하므로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하기 전에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하는 것은 적법하며 재판청구권의 침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경인 이주노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민변 등은 공개변론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헌법적 권리 인정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에는 성별, 국적, 피부색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차별은 모든 소수자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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