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합법화? '절대 속지마세요'

중국동포 황모씨(51, 여)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행정사 A씨로부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조만간 법무부에서 불법체류자를 합법화 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는 정보를 흘리면서 자신이 알아서 해줄테니 착수금으로 계약금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A 행정사는 "합법화 대상은 7년 이상 9년 미만의 불법체류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7년 째 불법체류자라는 낙인감으로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인 황씨는 귀가 솔깃했고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황씨 본인으로서는 처음 접한 이같은 정보를 동포사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더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황씨는 "합법화를 미끼로 사기가 많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면서 "교회 목사님과 상담한 후에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소문의 실체를 좇아 법무부에 문의를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그럴 계획도, 진행중인 것도 없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사기다. 그런 말을 퍼뜨리는 브로커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동포사회도 이제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때도 됐지 않았냐"며 답답해 했다.

실제로 앞서 황씨가 겪은 경우는 브로커들이 즐겨 쓰는 전형적인 사기행각이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정부의 정책을 마치 사실인 양 입소문을 낸 뒤 손님을 끌어모으는 수법이다.

불법체류 신분을 합법화하는 과정은 불법체류기간과 합법화 범위, 제출서류와 구제방식 등이 철저히 보안에 가려져 있다.

브로커들은 이점을 악용해 자신들이 모든 정보를 아는 것처럼 행세하며 불법체류 신분의 동포들을 속이는 것이다.

착수금 형태로 수십만 원을 받는 것으로 브로커들은 수익을 챙긴다.

피해 동포들은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더라도 불법체류 신분이다 보니 어디에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적인 사기행각에 동포들이 번번이 당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 이런 소문의 진원지가 중국 현지에 본사를 둔 대형 여행사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출신의 행정사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이나 대행사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동포 밀집지역인 대림동의 행정사들은 "정보력에 있어서 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행정사는 "동포 문제를 다루던 공무원 출신들이 '동포 정책이 그렇게 바뀔 것'이라고 하는데 '혹'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다.

중국에 본사를 둔 대형 여행사들도 중국 현지와 국내에 선을 대고 각종 동포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곳에서 생성된 소문은 단순히 소문에 그치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황씨에게 합법 신분으로 바꿔주겠다고 제안한 출입국관리소 출신의 A행정사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는 "황씨를 알지 못할 뿐더러 그런 일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해성 중국동포 나눔의 집 대표는 이에대해 "이런 불편한 진실이 동포사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제 식구 감싸듯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법무부의 사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불법을 저지른 대행사나 관련자에 대해서는 자격박탈 등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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