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유기하면서 민원인에게 책임 전가하지 맙시다
출처 : 민원 제기가 업무방해?-오마이뉴스
 

"자꾸 이렇게 전화하셔서 업무 방해 하시면 안 되죠?"

 

근무처 변경 문제로 자신이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만수르 문제로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했을 때, 담당 직원이 한 말이었다.

 

만수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성실하게 3년을 한 직장에서 일한 후, 해당업체의 추천을 받아 지난 2008년 9월 재고용됐던 사람이다. 그런데 작년 말 쌍용자동차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동차 부품 납품업체였던 만수르의 회사는 외부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이 악화돼 감원에 들어갔다. 당시 이사, 과장 등의 간부진 외에 내·외국인을 포함 도합 스무 명이 넘는 동료들이 사측 귀책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그 후 해당업체는 폐업 신고했다.

 

부득불 회사를 옮겼던 만수르는 그 다음 옮긴 회사에서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인한 조업 감축으로 퇴사해야 했다. 삼 년간 일을 했던 동종업체를 중심으로 근무처 변경을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얼마 안 가서 만수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근무처변경 횟수 제한에 걸려 문제가 발생했다.

 

마지막 회사의 동의를 얻어 근무처 변경을 했던 만수르는 자신이 근무처 변경 횟수 제한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간 근무처 변경을 한 사유가 전부 사측에 의한 것으로 근무처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3년 근로계약 이후 연장된 기간 중에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제25조). 단,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는 제외한다(제25조 1항)고 나와 있다. 때문에 만수르는 자신이 근무처 변경 횟수 제한을 어겼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퇴사사유는 외국인에게 전가하는 업체

 

문제는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등록된 만수르의 근무처 변경 사유는 전부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 퇴사 신고를 하는 업체 측에서 외국인 고용 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퇴사 사유를 외국인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개 이런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상이해 어느 쪽이 맞다고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업무를 처리하는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선뜻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경향이 농후하다.

 

만수르가 일했던 관할 고용지원센터 역시 첫 번째 이직의 경우 양측의 이견이 없고, 동시에 많은 이주노동자가 퇴사를 했다는 사실 확인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만수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수르의 계속된 주장에 고용지원센터 담당 직원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업사실 확인서'와 함께 '근무처 변경 정정 신고'를 받아 오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상식적인 선에서 폐업 처리된 회사로부터 '폐업사실증명서'와 함께 '정정신고'를 받아 오라는 말이 무리가 있었지만, 만수르는 폐업 처리된 회사 직원들 연락처를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연락해 봤다. 하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이제는 회사 옮기지 않고 일할게요"

 

만수르의 사정을 듣고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해 봤다. 그때 담당 직원이 한 말이 '업무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만수르의 잦은 방문과 외부 전화로 업무가 방해된다고 여긴 심정을 밝힌 것이었지만, 어이가 없었다.

 

당시 어차피 말단 직원이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거 뻔히 알고 있는 터라,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거잖아요"하고 넘어갔었다. 상담을 하며 늘 느끼는 것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일은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에서 관할 고용지원센터에 조사를 지시하면서 일단락됐다. 덕택에 한 번 더 근무처변경 기회를 얻은 만수르가 뜬금없이 아침에 전화를 해 왔다.

 

"이제 회사 옮기지 않고 일할 거예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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