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쉴 수 없는 노동자, 어떻게 쉬어야 할까?"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메이데이 총파업을 준비하자"


흔히들 노동절(메이데이) 하면 '8시간 노동제'를 떠올리곤 하는데, 한국의 메이데이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법적으로 노동자들에게는 노는 날로 정해져 있는 날'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달력에 빨간 색으로 칠해져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노동자들은 이날 하루만큼은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이게 뭐 그리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냐고? 그럼 얘기를 다른 각도에서 한번 접근해 보기 위해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한국의 노동법 체계가 인정하고 있는 '유급휴일', 즉 일하지 않고 쉬더라도 8시간 노동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에는 무엇이 있을까? 답은 주휴일과 메이데이 딱 두 가지 뿐이다.

노동법이 인정하는 딱 두 가지 유급휴일

여기서 주휴일이란, 1주일 만근할 경우 1일의 유급휴일을 부여하도록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일요일이 이에 해당한다. 즉, 주 40시간제 하에서 1주일에 40시간을 일할 경우 일요일에는 일하지 않더라도 8시간 노동만큼의 임금을 보장받는다. 주휴일은 근로기준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일한 유급휴일이다.

5월 1일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특별법에서 보장하는 유급휴일이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날이나 추석, 법정 공휴일은 엄밀히 말하자면 노동법이 인정하는 유급휴일은 아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명절이나 법정 공휴일에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8시간 임금을 주곤 한다. 이는 이런 날들을 유급휴일로 한다는 내용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자본가들이 이러한 날을 무급으로 하려고 마음먹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악시켜 버리면 꼼짝없이 '무급휴일'이 되고 만다.

그런 사정은 '주 40시간제' 시행 후에 '토요일'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적으로만 보자면 주 40시간제 시행 후에 별도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을 해놓지 않는 이상, 토요일은 '무급휴일'이 되고 말았다. 간단히 말해 '그냥 쉬는 날'이 되는 것이며, 이날 일해도 휴일근로수당, 즉 특근수당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만,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로 정해놓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아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은 법적으로 일요일과 메이데이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일요일과 메이데이에 일을 하게 된다면 휴일근로수당, 즉 특근수당을 받아야 한다.

메이데이에 쉬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그러나 과연 이러한 규정들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우선 메이데이는 '공휴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공무원들에게 이 날은 쉬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공무원들만 그럴까? 당연히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각종 파견·용역·도급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쉴 수가 없다.

자, 메이데이에 학교가 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렇다. 학교도 쉬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에서 일하는 교직원들은 물론이고 사무보조 비정규직과 청소용역 노동자,시설관리 노동자를 비롯하여 학교와 관련된 각종 직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메이데이에 쉬지 못한다. 생일도 못 챙겨먹는다는 얘기이다. 아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훨씬 열악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5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들로 파고 들어가면, 도대체 지켜지는 법 조항이 뭐가 있을까를 의심하게 된다.

▲ 한국의 노동자들은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메이데이에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노동자들과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프레시안(여정민)

또 메이데이에 일하게 된다면 이날 노동의 대가는 통상임금의 250%를 지급받아야 한다. 어차피 일하지 않더라도 하루 통상임금의 100%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고, 이날은 유급휴일이므로 노동을 제공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에 해당하여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임금을 합산하면 250%의 통상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메이데이에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일하더라도 특근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노동부의 근로감독 영역에 해당하지만 도무지 통계수치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5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 상당수가 배제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메이데이에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노동자들과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밥은 제대로 먹고 사냐?"가 아니라 "당신들의 생일이나 다름없는 노동절에 제대로 쉬고 있습니까?"를 물어보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법에 정해진 권리를 되찾기 위해, 메이데이에는 총파업을!

'메이데이 총파업'이라고 얘기하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있어서 메이데이는 본래부터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조직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상할지 모르나, 미조직노동자들 입장에서 메이데이는 '당연히 쉬는 날'이 아니다. 일요일들을 제외하면 노동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유급휴일, 메이데이라는 노동자들의 생일날을 챙겨먹기 위해서 메이데이 총파업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몇 가지 이슈를 내걸고 총파업 선포를 반복하지만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해본 적도 없어서 '뻥파업'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다. 총파업의 요구가 대부분 조직노동자들의 이해만을 담고 있어서 미조직노동자들의 호응을 제대로 받지도 못해왔다. 게다가 오로지 임금과 노동조건만을 합법파업의 교섭의제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법 체계 때문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정부와 공안당국은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해왔다.

그러나 '메이데이 총파업'은 다르다. 이 날은 '법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 유급휴일이 보장되어 있는 날'이다. 이 날 노동자들의 의사에 반해서 노동을 시키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에 해당한다. 하루 쉬더라도 100% 통상급을 무조건 지급해야만 한다. 지급하지 않으면 모조리 체불임금이 된다. 따라서 메이데이 총파업은 완전히 합법적인 파업에 해당한다.

게다가 메이데이 총파업의 요구는 대다수가 미조직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미 조직노동자들은 메이데이 유급휴일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날 일하지 않아도 100% 통상급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미조직노동자들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메이데이 총파업은 조직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미조직노동자들의 이해를 포함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노동자의 생일에 쉬지도 못하는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을 위해 조직노동자들이 운동을 펼쳐간다고 생각해보라. "대규모 노조가 조합원 밥그릇 챙기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줄도 아는구나." 공황으로 인해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미조직노동자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포위되어 있는 조직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뚫어가야 할 활로가 아닐까.

사회연대노조, 어렵게만 보지말자!

생각이 있다면 지역별로 추진하면 된다. 이를테면 서울은 구로공단, 경기는 안산·시화공단, 대구는 성서공단, 경주는 외동공단 등 미조직노동자들이 밀집한 곳들을 찍어놓고 '한 놈만 팬다'는 정신으로 "메이데이는 노동자 생일입니다. 이 날은 하루 일 안 해도 8시간 임금을 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5월 1일 하루 제낍시다! 제끼고 나서 그냥 집에 있지 말고 5월 1일 집회장으로 나오세요. 노동조합들과 함께 합시다"고 반복해서 설득하는 것이다.

보통 메이데이 행사는 지역별로 개최되는데, 그 장소에 노동자를 위해 활동해온 변호사·노무사들이 집단 법률상담 부스들을 차리고 곳곳에서 노조 가입 캠페인을 펼친다면? 매년 메이데이 행사는 그저 연례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중요한 '조직화의 날'이 되어줄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도 이러한 운동에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지역운동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한때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대안으로 거론되어왔던 '사회연대노조' 내지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의 측면에서도 시도해볼만한 문제이다. 자, 5월 1일에 학교들이 쉬지 않기 때문에 학교의 교직원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가 쉴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학생들도 여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학교가 쉬어야 메이데이의 참뜻이 발휘될 수 있다. 청소하는 용역노동자들이 최소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운동이 노동조합운동과 대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바로 이런 방식이 '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의 전형이 아니던가? "도대체 저 운동이 노조운동이야 사회운동이야?"라고 물어볼 정도로 헷갈릴 정도의 운동이니 말이다.

또한 이런 운동을 통해 사회 전체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회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 나리들이 1주일 동안 해외 나들이를 나가도 아무 이상 없이 돌아갈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노동이 없다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세상의 모든 이들이 1년에 하루뿐인 세계노동절을 존중해야 하는 법이다. 학교도, 공공기관도, 민간기업도,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노동절을 존중하고 1일간의 유급휴일을 조건 없이 보장해야 한다.

2006년 미국 메이데이의 경험 "불가능하지 않다!"

"도대체 가능한 일이겠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옳다. 과연 이러한 외침에 얼마나 많은 미조직노동자들이 호응할 것이며, 이런 운동을 구성하는데 정규직 조직노동자 몇이나 나설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상상이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불가능한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에 유사한 일이 메이데이 역사의 증인이자 본거지인 미국에서 벌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메이데이 투쟁의 실질적 주역이었던 조직노동자들이 아니라, 수백만 미조직 이주노동자들이 주인공으로 떠오른 사건이었다.

2006년 3월 25일, 미국 LA에서는 1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4월에 미국 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과 관련된 법안이었다. 2005년 12월 미국 공화당의 주도 아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중범죄로 다스리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4월 내내 점점 불어난 시위는 2006년 5월 1일 메이데이에 마침내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무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한 전국적인 시위와 행진, 그리고 사실상의 하루 파업에 해당하는 "노동 보이콧"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6년 봄에 벌어진 이 사건들은 국내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시위들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미국의 여러 핵심 도시들과 주에서, 그리고 국경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하루 파업'은 경제를 마비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도시들 중 하나인 LA에서는 항구, 건설, 공공운송농업, 을 비롯해 작은 식당과 가게, 공장사무실 등이 마비되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육류포장과 자동차 부품공장들이 마비되었고, 플로리다에서는 농업과 건설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다른 많은 도시들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시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고,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수많은 미국 이주노동자들의 고향이기도 한 멕시코와 중부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기업들은 수백만 노동자들의 표적이 되었다. 2006년 미국의 메이데이는 말 그대로 "이주자의 설움이 없는 날"이었다.

결국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이주노동자 관련 개악 법안은 대규모 시위에 직면하여 상원으로 가지 못한 채 중도하차 하고 말았다. 여기에다 이주노동자 개악법안을 둘러싼 미국 내 소수인종들의 분노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및 부패 스캔들과 겹치며,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한국의 언론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2006년 미국 메이데이의 풍경을 본다면, 앞에서 얘기한 일들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메이데이에 법에 보장된 유급휴일을 온전히 인정받기 위한 운동은, 이제 노동조합운동에 중요한 의제 하나를 올려놓게 된다. 그것은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50인 이하, 100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은 이제까지 비정규직의 삶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노동자들 스스로도 자신을 정규직이라 믿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노동부 통계로도 50인 이하 사업장 비정규직 비율은 60%가 넘는데, 실제로 50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신을 정규직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80% 가까이 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 있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오"라는 말 한마디에 잘려나가는 비참한 현실을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른바 '비정규직'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어 웬만한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중소영세' 노동자들 문제는 그렇지 않다.

▲ 노동부 통계로도 50인 이하 사업장 비정규직 비율은 60%가 넘는데, 실제로 50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신을 정규직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80% 가까이 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 있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오"라는 말 한마디에 잘려나가는 비참한 현실을 살고 있는데 말이다. ⓒ프레시안(여정민)

메이데이 총파업이란 항목에서 우리는 그 노동자들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자,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한국의 노동자는 두 종류로 갈린다. 메이데이에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아마도 후자의 영역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사실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들은 당사자들이 고통을 스스로 폭로하는 과정, 즉 노동조합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 과정 속에서만 사회에 알려지게 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민주노조운동도 이른바 '미조직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의 대상을 중소영세 노동자로 옮겨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화 사업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중소영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사회쟁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전략의 하나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현실, 즉 메이데이에도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한 꼭지로 잡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이 아닐까?

본래 현실이란 '총체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총체적일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장애인들에게는 여러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영리하게도 장애인 운동을 구성해온 이들은 처음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싸웠다. 그리고 나서 '이동권'이라는 창을 통해 나머지 권리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썼다. 그렇다면 '중소영세' 노동자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노동절에 쉬지도 못하는 현실'을 제기하는 방식은 어떨까?

보태기. 본래 올해 5월 1일이 되기 전에 나오는 것이 마땅한 글인데, 이처럼 늦어지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이다. 하나는 당연히 필자의 게으름 탓이고, 나머지 하나는 올해 5월 1일이 토요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비정규직·중소영세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이지만, 요즘 추세가 '토요 무급화'라는 점이라서 아무래도 '메이데이 총파업'이라는 말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이유에서 내년 메이데이는 일요일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가 된다. 따라서 최소한 '메이데이 총파업'이라는 것이 위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2012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운동'이란 것이 하루 이틀 만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여 2012년에 실현시키자는 얘기는 해볼 만한 것이다.

또 하나, 동일한 상상력에 착안한다면 메이데이에만 국한할 문제는 아니다. 당장 오는 6월 2일에 실시되는 지자체 동시선거일에 노동자들은 쉴 수 있는가? 물론 법적으로 당연한 '유급휴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임시 공휴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휴일'이라 함은 공무원들이 쉬는 날이라는 뜻이기에, 민간 기업에 무조건 휴일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어떠할까? 과연 공공부문이나 지자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파견·도급·용역 노동자들은 지자체 선거일에 쉴 수 있나? 그들은 지자체 선거일에 유급휴일을 보장받고 있을까? 투표하는 날, 투표소에서 청소하는 용역노동자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 관심을 갖고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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