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ㆍ노동
명부 없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도 무용지물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무고한 구직자 186명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십시오. 저희는 송출기관의 업무태만으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한국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엿새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현지 송출기관에 구직신청서를 냈지만 송출기관이 이들의 정보를 틀리게 기재하거나 한국에 전송하는 것을 누락해 구직 유효기간이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송출기관의 잘못으로 명부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아 구직자들이 농성을 벌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방글라데시 송출기관의 서버가 고장나 구직자 서류가 전송되지 않아 488명이 피해를 입고 농성하자 지난해 한국에서 명부에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올해 6월에도 송출기관에서 명부를 제대로 등록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493명이 농성을 벌여 이 중 378명이 구제됐다.
송출기관장이 구직자로부터 취업 알선의 대가로 금품을 받아 고소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기관장에게 한국 취업을 조건으로 20만타카(289만원 상당)를 건넨 한 방글라데시인은 실제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 6월 기관장을 고소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지난 6월 유엔공공행정상을 수상할 만큼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송출기관의 업무 미비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뒤 건강검진을 거쳐 송출기관에 구직신청서를 낸다. 송출기관은 신청서의 데이터를 입력해 명부를 만들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보낸다. 산업인력공단은 이들 명부를 인증해 취업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송출기관이 데이터를 잘못 입력하거나 빠뜨릴 경우 이들의 명부가 한국으로 보내지지 않아 구직 기회를 잃게 된다. 명부 수정 과정이 지체되면서 노동자들이 한국어능력시험 유효기간(2년)을 넘기거나 나이 제한(40세)을 초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송출기관은 방글라데시 정부에서 운영하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현지 지사를 통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지난 사건 이후 송출기관 전산망을 개편해 명부 전송이 문제없이 이뤄지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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