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국인 혐오 범죄와 다문화 정책
설동훈 |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민자의 대량 유입으로 만들어진 다문화사회에서는 노동력 부족이 해소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증진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주류사회의 이민자에 대한 차별 대우, 종족적 소수자 집단의 형성,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의 슬럼화, 극우파의 이민자에 대한 테러 등 부정적 측면이 동반된다.

몇 년 전 발생한 영국 런던에서의 폭탄 테러 사건과 프랑스 파리 근교 지역 이민자 청소년의 자동차 방화 사건 등은 이민자의 차별 대우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러시아와 유럽 전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외국인 테러 사건은 극우세력에 의해 자행된 혐오 범죄로 이해된다.
노르웨이 테러 사건의 범인은 자국 정부가 외국인, 특히 이슬람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거부의 표시였다며 자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합리화하려 했다. 그의 억지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지구촌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노르웨이 테러 사건은 마냥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올해 1월1일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장기체류 외국인, 귀화자, 외국인 자녀의 수는 모두 126만5006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5%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의 나라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결혼이민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5년 무렵부터 우리 정부는 이민자의 사회통합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다문화사회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사회는 한국사회가 발전을 지속하는 한 숙명처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다문화사회가 주는 기회를 극대화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2009년 간행한 ‘일회용 노동자 :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상황’에는 숱한 차별 사례가 실려 있다. 한국인의 배우자인 결혼이민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성 이민자가 남편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발생했다.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공공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가정’에서 발생한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나 유학생도 차별 피해자가 되고 있다. 차별을 당한 외국인 중에는 폭력이나 욕설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모욕을 감내하고 지낸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여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한 사례도 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민자에 의한 테러 사건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반대 운동’ 또는 ‘반(反)다문화주의 세력’이 존재한다. 그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블로그에 외국인 범죄 사례를 게시하며 불법체류자 추방 운동을 전개한다. 저개발국 출신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가진 그들은 외국인 범죄 사건을 일일이 나열하다가, 어느 순간 논리를 비약하여 국내 외국인 대다수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간주한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국내 노동시장의 일부가 대체되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만,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을 전개한다.

우리나라에도 제노포비아, 즉 ‘주류사회의 성원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비합리적 혐오 감정이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 활동하고 있으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극우 과격세력 중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치인들이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르는 자가 출현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문화사회정책을 적절히 시행하여 위험을 회피하거나 적어도 분산시켜야 한다. 외국인 테러 세력의 입국과 국내 활동에 대한 감시를 체계화하여야 한다. 동시에 제노포비아가 비합리적이고 허구적이며 극단적인 신념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극단적 주장이나 행동이 자리잡기 힘들게끔 언로가 트여야 한다. 편 가르기와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극복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 옮기지 않는 한 극단주의가 슬금슬금 그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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