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난민구조 NGO '씨 워치'가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들[씨 워치·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유엔의 철회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지중해 난민 구조선에 자국 항구의 빗장을 거는 포고령의 시행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간) 난민구조 선박의 입항을 막는 포고령이 "필요하고 긴급하다"며 다음날 열릴 내각 회의에서 승인을 거쳐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포고령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어떤 선박이든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영해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할 수 있게 된다. 

포고령에는 난민을 구조하는 비정부기구(NGO) 등에 난민 1인당 최고 5천500 유로(약 732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도 담겼다.

반(反)난민 정책을 펼쳐 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추진한 이 포고령은 이번 주 시행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세를 불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유엔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앞서 지난 15일 이탈리아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 포고령이 이민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난민 구조 작업을 범죄화하려는 정치적 시도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서한은 이탈리아가 가입한 유엔 협약의 내용에 따라 곤경에 처한 난민들을 구조해야 하며, 이에 나서려는 다른 이들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유엔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엔의 서한은 법적인 효력이 없을뿐더러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날 내무부도 성명을 내고 터키와 북한도 영해 침범에 대해 비슷한 처벌 조항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포고령에 포함된 벌금 조항도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던 것을 갱신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내무부는 그러면서 "권위적 태도를 보이는 유엔"이 차라리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나 힘을 쏟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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