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0년 02월 19일(금) 오후 06:23

 

제3회 이민인종연구회 학술대회(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한 이주 노동자 다수는 노조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되고 이는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양대 이태정 교수는 19일 이틀 일정으로 이화여대에서 '근대의 뿌리 뽑힌 자들, 버림받은 자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이민인종연구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 이주노동자의 사회참여와 정체성 변화 -노동조합 활동을 중심으로'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민인종연구회는 한국사회에서 날로 관심이 높아져 온 이민·이주·인종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서양사 연구자를 중심으로 지난해 2월 창립됐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이주노동자와 화교를 포함해 난민, 추방자, 망명자 등 시민권이나 국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조명했다.

첫 발표를 맡은 이 교수는 "이주노동자들은 농성 과정에서 경험한 지원단체 및 연대 조직들, 또 민주노총과 갈등을 경험하면서 이주노동자 스스로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며 "농성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형성된 연대의식, 다른 연대 세력들로부터 제공받은 언어와 교육,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된 사회 인식은 노동자 정체성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결성 이전에 이주 노동자들의 갈등과 저항은 '추방 위험을 무릅쓴 농성'이라는 직접적인 집단행위로 표출되었으나, 노조활동을 통해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 노동자 간 연대의 필요성, 권리 등에 대해 배우는 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연대활동을 통해 동류의식을 발달시키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과 절차를 배우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서경 서울대 교수는 '하르키(Harkis) 문제 - 사라진 증언들' 제목의 발제에서 프랑스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알제리 무슬림인 하르키가 알제리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어떻게 동원돼 활동했고 희생 당했는지를 소개했다. 노 교수는 알제리 독립 후 프랑스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들이 최근 무슬림 이민자 문제로 고민해 온 프랑스 당국의 외면 속에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 등도 소개했다.

이경일 교수(아주대)는 '국민국가 형성과정의 시간차 -이탈리아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지방을 중심으로' 발제에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남 티롤) 지방은 이탈리아에서 국민 형성 과정이 유독 느렸던 지방으로 이런 역사적 경험은 이탈리아 통일운동과 1차대전, 파시즘, 또 현재 분리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남 티롤의 역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장배 교수(인천대)는 '티베트 해외 이주민 사회의 형성과 정체성 인식'에서 "해외 이주민 사회의 발전 단계와 이주민의 정체성 인식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려면 이주민 사회만 봐서는 안되며 이주민 사회의 형성 과정과 티베트 본토 상황과의 연동성, 이주민 사회의 정체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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