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경찰청 규탄

불법적 과잉 단속 사과와 책임자 처벌 요구

김용욱 기자  / 2010년02월23일 16시14분


설 연휴 마지막 날 벌어진 경찰과 출입국직원들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를 놓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23일 경찰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불법 단속 경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불법적 과잉 단속 사과, 책임자 처벌 △경찰의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 재발방지 약속 △반인권적 강제단속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했다.

지난 15일(월) 낮 12시께 경기지방경찰청 2청 외사계 직원들과 인천공항출입국 직원들 약 15~20명이 서울 동대문 지역의 한 외국인 식당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 식당에서 비자가 없는 미등록 외국인 10명을 체포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 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법원의 허락에 따라 법집행을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는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전화도 쓰지 못하게 했다. 경찰과 출입국 직원들이 합동으로 들이닥친 식당엔 강압적인 분위기 흘렀다. 그들은 식당 안 외국인들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수색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이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왜 수색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 또 체포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체포된 이들은 경찰조사 없이 곧바로 양주출입국관리소로 보내졌다. 공동행동은 “불법도박과 폭력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고만 전해지는 이날 체포를 놓고 경기도경 2청과 인천공항출입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가 결국 경기도경 2청이 주도한 것으로 밝혔다”면서 “설 연휴에 날벼락을 맞은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어서 강제출국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이주노동자는 “정부는 우리가 자선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인 것처럼 만들고, 자신들이 얼마나 이주노동자에게 동정적인지를 보여주는 다문화사회 선전에 수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정책은 경제를 위해 우리 노동력을 사용하는데만 목적이 있고 우리 권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에겐 동정과 자선이 필요 없다. 립서비스를 중단하고 우리를 존중해 달라. 단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15일 이주노동자 체포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영장 내용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영장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도 없었고 경찰은 식당 주인에게조차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또 “불법도박이나 폭력행위 정황이 없었는데도 경찰은 철수하지 않고 강제 신분검사를 통해 미등록 외국인을 연행했다”면서 “수색영장 내용의 혐의가 현장에 없었으므로 당연히 철수해야 했으며, 미등록 외국인 단속은 또 다른 영장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단속된 10명 중 여성 1명은 결혼 이주민으로 판명돼 3-4 시간 동안 불법 감금 되어 있다 풀려났다. 공동행동은 “결과적으로 서울의 미등록 외국인 10명(풀려난 1명을 제외하면 9명)을 단속하기 위해 설 연휴에 경기도 경찰직원과 인천공항출입국 직원 수십 명이 동원된 것으로 공권력 남용, 인력낭비, 행정낭비”라고 비난했다.

이 영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도 “이주민들은 설 연휴에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있었다”며 “그런 처지의 이주민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에 경찰이 들이닥쳐 이주민들의 밥상을 뒤집어엎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 사무처장은 “설날 한쪽에서는 다문화 열린사회라고 한복을 입히고 떡을 써는 그런 행사를 했는데 그것이 과연 다문화 열린사회냐”고 묻고 “정부는 다문화를 역행하면서 100만 이주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정부의 이주민에 대한 차별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권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스스로가 정한 훈령마저도 하나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공권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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