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 등 필리핀 노동자 4명은 임금을 받지 못해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한 뒤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를 받았다. 조사까지 받은 뒤 시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해, 이후 어떤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지 담당근로감독관에게 물었으나 근로감독관은 또다시 진정서를 주며 노동청에 진정을 하라고 하였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I씨 등은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해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하였으나, 담당근로감독관은 I씨 등이 미등록체류자임을 이유로 들어 앞으로는 진정을 하지 말고 자신에게 메일이나 전화를 하면 해결해주겠다고 한 뒤 실제 퇴직금 액수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하도록 하여 사건을 종결지었다."

  

(사)'이주민과함께'와 '이주민인권을위한 부산경남 공동대책위'(아래 '부경공대위)는 9일 낸 소식지 <창(窓)>을 통해 "부산지방노동청이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해 진정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명박정부의 정책들이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는 가운데 지방노동청의 이주노동자 민원처리방식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경공대위는 그동안 각 단체별로 이주노동자 노동상담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들을 모았는데, ▲미등록체류자라는 이유로 진정 자체를 거부한 사례, ▲진정을 한 뒤 그 절차를 제대로 안내하기는커녕 또다시 진정을 하라고 한 사례, ▲미등록체류자니 신고해버리겠다고 하여 민원인으로 하여금 위협감을 느끼게 한 사례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부경공대위는 "지난해 '선구제 후통보지침' 폐지 이후 부산지방노동청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 자리에서 부산지방노동청은 지침이 폐지되더라도 대리출석과 체불금품 계좌 수령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이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그러한 약속을 모두 잊은 채 미등록체류자라는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악용하는 사업주의 편에 서 있는 것이 부산지방노동청이다"고 주장했다.

  

부경공대위는 "국적을 초월하여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삭감을 골자로 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후퇴하고 있는 정부의 이주노동자노동인권정책과 부산지방노동청의 민원처리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선교회 "민원절차 혼란 겪어"

  

부경공대위는 각 단체에서 낸 의견서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갖가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임근 외국인근로자선교회 간사는 "진정사건 접수 후 민원인에게 향후 진정 사건이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며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민원절차에 대해 혼란을 겪거나 갈피를 잡지 못하여 상담소를 찾는 경우도 잦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간사는 "근로감독관이 언어적인 문제로 설명이 어렵다면, 노동청에서는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각국어로 번역된 민원안내서를 만들 필요도 있다"며 "법률구조절차, 민원처리흐름도, 최저임금안내, 진정서 등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안내를 다국어로 번역하여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송 간사는 "진정 사건의 특성상 고소 고발 사건과는 달리 강제성이 떨어지다 보니 강력한 즉각 시정지시를 하지 못하므로 피진정인에게 사건 증거를 은폐할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형적인 시간 끌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진정인이 장시간 진정사건에 노출되게 하여 심리적 불안감과 암박감을 갖게하여 결과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실업급여에도 가입해야"


  

정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은 "외국인전용보험은 부족하나마 이주노동자에게는 필요한 제도이고, 외국인전용보험은 특정 기업이 독점운영하고, 제도적으로 불완전하여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이주노동자 상담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임금체불이고 보증보험과 출국만기보험은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고 밝혔다.

  

그는 "출국만기보험의 경우 회사로서는 어차피 퇴직금을 지급해야하고, 노동자 퇴사시 일시에 지급해야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용비용'을 높이는 요소는 아니다"며 "정작 가장 필요한 두 가지 보험을 임의가입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고용보험은 의무가입하되 실업급여에도 가입해야 한다"면서 "현재 임의 가입으로 되어 있는 고용보험의 의무가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능력개발, 고용안정사업에만 가입토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 실직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계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가장 필요한 실업급여는 가입시키지 않는 것은 차별이며, '치사한' 처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