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정부, 용산참사 철거민 탓만”

 

ㆍ‘유엔규약 훼손’ 조목조목 지적
ㆍ쌍용차파업 등 강압적 공권력 사용 비판

ㆍ“4대강 사업비, 복지 투자가 낫지 않나”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권리위)가 11일(현지시간) 용산참사와 노동권 침해, 4대강 사업 등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깊은 인권침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이 1990년 비준한 ‘유엔사회권 규약’을 스스로 광범위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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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위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팔레 윌슨관’에서 현 정부의 유엔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해 이틀째 심의를 열었다. 권리위는 “사회권 규약이 (한국의) 재판규범으로 적용되고 있는가”라며 이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용산참사 처리 잘못=용산참사의 책임과 원인을 모두 철거민에게 돌린 현 정권에 대해 권리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필레이 위원은 “시위자들은 약 40명이었음에도 1200명의 전경이 동원되고, 개인경비업체 사람들도 동원돼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죽었다”며 “그럼에도 철거민들은 아직 장례도 못치르고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으며, 시위를 지원한 인권활동가들은 은신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본 쪽은 철거민들이지만 보상은커녕 탄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사의 근본원인인 주거권 보장 문제도 제기됐다. 필레이 위원은 “개발을 해도 재정착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한국 상황에선 강제퇴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며 “강제퇴거를 막을 수 있는 지침을 입법화하거나 입법화 때까지 강제퇴거를 연기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법무부는 “용산사건은 상가세입자들이 보상금에 대한 요구를 한 것이라 주거권과 관계가 없다”며 “경찰의 진압작전도 일반 공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점거농성을 진압한 것이지, 강제 철거와는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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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로메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성주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팔레 윌슨관’에서 한국 정부의 유엔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발표를 듣고 있다. 한국 사회권 NGO보고서를 제출한 56개 인권시민사회단체 제공


◇노동권 부정당해=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인한 노동권 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단단 위원은 “2008년 총파업 과정에서 경찰력이 동원됐고, 활동에 비해 처벌이 지나쳤다고 본다”면서 “지난해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본 추도집회는 평화집회였는데, 거기에 동원된 경찰 수를 보고 놀랐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캐지아 위원은 쌍용차 사태를 예로 들며 “공장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노조 권리와 자유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강경대응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쌍용차 사태)에 벌어진 매우 매우 강압적이고 지나친 공권력의 사용원인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노조 지도자들에게 업무 방해를 적용한 근거도 요구했다. 고메즈 위원은 파업의 합법과 불법을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며 그 비율을 알려달라고 질의했다.

김홍섭 노동부 담당자는 “업무 방해 적용 여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불법파업 기준에 따른다”면서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1차적으로 경찰, 검찰이며, 나중에 대법원에서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4대강 협의부족, 예산낭비=본공사에 착수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단단 위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한국 내 많은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임에도 영향을 받는 주체들과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사업비를 복지부문으로 돌리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국토해양부 담당자는 “4대강과 관련해 각 정부조직, 지역 주민들, 지차체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공청회도 여러차례 했다”면서 “복지사업도 중요하지만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업도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한국의 최저임금수준 문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인권상황, 이주노동자의 임금 차별 문제 등 굵직한 국내 인권 현안에 대해 질의가 이어졌다.

<송진식·김지환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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