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2주기 추모 전국 공동행동이 여수, 서울, 인천, 수원, 부산, 대구에서 열렸다.    
용산 철거민에 대한 강제 진압이 낳은 참사 항의 운동이 벌어지는 지금 우리는 여수 화재 참사의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 날 기자회견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에 당시 사고로 부상을 당한 부상자들이 함께했다. 이들 부상자들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설치한 분향소 위의 영정 사진을 보는 것조차 몹시 괴로워 해 아직도 이들에게는 여수 화재 참사의 악몽이 계속 되는 듯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고 부상자들의 처지

이 부상자들은 2년이 흘렀지만 건강이 회복되기는커녕 여전히 심각한 사고 휴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악몽, 불안과 수면 장애로 다량의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다. 화재 당시 마신 유독가스로 호흡기 질환과 장기적인 약 복용에 따른 위장장애 등 합병증까지 겹쳐 건강이 오히려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이들에 대한 치료, 치료를 위한 체류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던 법무부는 이 부상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고 심지어 멀쩡한데 왜 아직 한국에 있냐는 식의 모욕을 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상자 모두가 손발이 매우 저리고 마비 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도 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병원비 때문에 병원 검사조차 포기한 상태다.
법무부가 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라곤 정신과 진료뿐이다.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머물 곳도,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도 아무 것도 없다. 오죽하면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체류에 필요한 비용을 벌어가며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차라리 잠 잘 곳, 먹을 것'을 주는 감옥이 낫겠다고 말할 지경이다.    
(자세한 소식은 문서자료실에 올려 놓은 여수 화재 부상자들의 처지에 대해 정리된 보도자료인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달라" 문서를 참고하세요)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간단한 추모 행사에 이어 오히려 더 역행하고 있는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수 참사 사고 부상자들, 이주민여성상담소, 이주인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전국학생행진 등이 규탄 발언을 했고, 다함께가 이주노동자 연대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감옥보다 못한 외국인수용소 수용 중단, 단속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외국인 지문날인 실시 반대 및 출입국관리법 개악 중단,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요구했다.



[기자회견문]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2주기를 추모하며
이주노동자와의 굳건한 연대를 결의한다!


철거민들의 억울한 죽음이 온 나라를 슬픔과 탄식에 젖게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2년 전 오늘 있었던 또 하나의 억울한 죽음을 다시 떠올린다. 2007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0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이 참사는 이주노동자를 다 쓴 건전지처럼 폐기처분 해버리는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상징이었다.

당시 여수공대위로 뭉친 시민사회진영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요구에 대해 사건 직후 정부는 미등록이주자 합법화를 포함한 근본적 대책마련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이행되기는커녕 그해 8월부터 재개된 대대적인 합동단속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여수외국인보호소 시설 일부를 개조하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 정도로 재발방지대책이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이 사건의 본질을 피해간 미봉책일 뿐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가 한국사회에 던진 경고는 이주노동자를 마치 범죄자처럼 체포하고 구금하여 추방하는 일이 계속되는 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보호소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여수참사 이후에도 살인적인 단속추방은 계속되어 단속반에 쫓기던 중국교포여성이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등 비극적인 희생은 계속 이어졌다. 최근 경기도 마석 가구공단에서 벌어진 싹쓸이 단속과정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불법체류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 당국은 ‘불법체류’가 마치 우리 사회의 주된 문제점인 것처럼 행정력을 집중 동원하였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인해 거칠어진 일부 민심과 결합하여 외국국적 이주자에 대한 경계와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의 지문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어떤 합리적 근거 없이 범죄증가의 원인이 마치 외국인 때문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번 용산 철거민참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는 이들의 ‘불법행위’가 아니라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의 모순을 보아야 한다. 철거민들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철제망루에 올라야했듯이, 이주노동자들 역시 생존권을 위해 불법체류를 각오해야 하는 제도의 모순이 존재한다. 직장이동도 자유롭지 못하고 특히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인해 2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구직기간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주장처럼 ‘불법체류’ 비율을 5%대로 줄일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지만, 만일 그것이 실현된다할지라도 이주노동자들이 떠난 자리를 과연 내국인들로 채울 수 있을지 더욱 의심스럽다. 소위 3D업종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지금도 저임금, 장시간근로 상태인 이들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려하고 있다. 이런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난다할지라도 내국인이 찾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다시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자리를 채우는 이주노동자들은 지금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보다 더욱 값싼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진정으로 노리는 효과는 바로 이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장기체류를 결코 허용하지 않으려 하고 이주노조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유 역시 바로 이것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임금과 근로조건, 그리고 일할 만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는 2년 전 억울하게 돌아가신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올 한해 이주노동자를 방어하고 이들과 연대하는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이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요구를 가지고 올 한해도 굳건한 연대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정부는 이주자들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우리의 요구에 즉각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 현대판 인간사냥 강제단속 중단하라!
-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수용 중단하라!
- 외국인 지문날인 실시 반대한다!
- 출입국관리법 개악시도 중단하라!
- 미등록 이주자 전면 합법화하라!
-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한다!


2009년 2월 11일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의힘, 노동전선, 노동해방학생연대, 다함께, 대학생사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서울시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성동광진이주노동자인권지킴이,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이주노동자의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학생행동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34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