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궂은 날씨로 온 시내가 촉촉이 젖어 있었던 7월 중순, 곧 이슬비가 내릴 듯 구름이 무거운 물기를 머금은 날 두 시민기자는 부산 초량동의 다문화카페 <휴>를 찾았다. 얼핏 보면 여느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생김새가 다른 종업원이 서툰 한국말로 밝은 인사를 건네고 한 쪽 벽을 가득 매운 각 나라 사진을 보자니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든다. 카페의 한 구석에서는 꽤 능숙한 일본어가 들려오기도 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곳은 ‘한국 최초의 다문화카페’라는 명성으로 이미 매스컴도 여러 번 탄 바 있는 다문화 카페다.
‘색다른’ 카페를 좀 더 깊게 알고 싶어 젊은 인상의 손경옥 지점장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이주 여성이 쉽게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하나 밖에 없지만 번창하게 되면 2~4호점 만들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어요. 지금 속해있는 이주 여성이 총 9분이신데요, 추후 체인점이 생기면 이 분들이 각각 체인점 이주 여성들을 교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4호점만 돼도 40분정도 되니까요.
그게 아니라도 위기를 맞은 다문화 가정이 많은데요, 그 곳을 돕기 위한 지원금 마련이 필요했어요. 이곳에서 번 돈은 그런 가정에 후원금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Q. 휴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A. 힘들 때 휴~ 이렇게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때도 있잖아요. 저희는 그 안도의 한숨을 뜻하는 거예요. ‘휴. 다행이다.’ 같은 거요. 그래서 이름 ‘휴’ 뒤에 세미콜론을 붙였어요. 이주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Q. 찾아오시는 손님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요?
A. 한국인 70%, 외국인 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초대받고 온 사람도 있고 위층에 필리핀 문화원이 있어서 그 곳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찾기도 해요. 주말에는 이주여성과 이주 노동자를 위한 행사가 있는데요, 그 땐 외국 손님 밖에 없어요.
한국 손님들은 주로 어르신 분들이 많아요. 이주 여성 며느리를 둔 어르신 분들도 계시구요. 음료를 시키면 언어도 가르쳐주고 있는데(언어체험), 일제 강점기를 거쳤던 할아버님들이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 찾아오실 때도 있어요. 대학생 손님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Q. 언어 체험은 어떤 거예요? 아무나 할 수 있어요?
A. 당연하죠. 보통 할아버님들께서 일본어를 공부하러 오시는데요, 요청하시면 일본 어머님과 같이 2~30분 정도 프리토킹을 할 수 있어요. 필리핀에서 오신 분은 4분이 계시는데, 이 분들이 영어를 하실 줄 아니까 영어 프리토킹도 가능해요. 필리핀 내에서도 따갈로 어라고 필리핀 전통 언어가 있는데 저희들끼리는 그런 것도 배우고, 베트남 어도 배우고 몽골 어도 조금씩 배워둬요. 이런 다양한 언어 체험을 위해 홈페이지도 만들고, 동영상 강의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Q. 손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A. 저희 카페가 ‘최초의 다문화 카페’라 관심을 가져주시긴 하는데요, 사실은 아직도 많은 부족해요. TV나 신문 등 언론사에서도 많이 찾아오셨는데 1회성 취재에 그쳐서 아쉬움이 남아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대학생들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어서 고민입니다. 직접 와서 다문화를 느끼고 어떻게 하면 다문화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든지 하는 의견을 주면 좋겠어요.
대학생이 아니라도 사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해요. 아직도 외국인과 함께 거리를 다니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거든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들은 단지 빵을 하나 사거나 하는 것뿐인데. 다를 게 없거든요. 그러니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선뜻 앉지 못해요. 다문화에 대한 법이 개정되면서 그나마 최근 들어 다문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는데요, 그래도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Q. ‘아이디어 제공시 1포인트 적립’은 무엇인가요?
A. 아직 처음단계라 개선 점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받고 있어요. 주로 외국인분들이 많은 의견을 제공해주세요.
그리고 1포인트는 다른 카페처럼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스탬프 몇 개 이상 받으면 무료로 음료 제공해주고 그런 것 있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1포인트는 스탬프 한 개 더 받는 것을 의미해요. 회원은 다문화 회원과 일반 회원으로 나눠서 관리하구요. 다문화 카페인만큼 다문화 회원에게는 좀 더 더 저렴하게 음료를 제공해주고, 그 외에 다른 혜택도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A. 예를 들어 다문화 카페라 화장실에서도 다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깔끔하기만 해서 아쉬웠다는 건의가 있었어요.

Q. 음료 가격이 많이 저렴한데 경제적으로나 운영에 힘든 점 있으신가요?
A. 비싸게 받으면 더 많은 다문화가정을 지원해 줄 수 있으니 좋은데요, 하지만 아직은 홍보가 우선이라 비싸게 받을 수가 없어요.
사실 경제적인 것보다는 직원을 관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어요. 같은 나라끼리 뭉치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관리자로서 가끔은 힘들어요. 한국말을 잘 하긴 하지만 아직도 미묘한 의미 차이로 오해가 생길 때도 있고요.

  


Q. 카페 자랑을 좀 해주세요.
A. 여기 일하는 직원들 모두 바리스타 교육이나 쿠키 만드는 교육을 받아서 모든 걸 직접 해요. 다들 손재주가 좋아서 수세미도 직접 만들고, 쿠션이나 의자 커버 같은 것도 다 직접 만드셨어요.

Q.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가고 싶으신가요?
A. 이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친구 같은 곳, 더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려 합니다. 이를 위해 해피빈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어요. 민들레 영토같이.

  

* 오시는 길 : 부산 지하철 1호선 초량역 5번 출구 국제 오피스텔 202호
* 운영시간: 월~금 10시부터 8시까지, 토요일 10시부터 5시까지
일요일은 영업 안함. (단, 단체 예약시 이용가능)
* 특이 사항 : 음료값에 1000원을 더 내면 문화체험 및 언어체험이 가능.
문화체험으로는 각 나라의 테이블 게임과 전통복 착용 등이 있음.
* 홈페이지 : http://www.cafehu.com (곧 오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