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고용허가제 2주년 맞아 이주노동자 합동추모식 및 결의대회 열려  

한강, 평화롭게 흐르며 미소만 짓고 있다면
모든 나쁜 것들을 싹 쓸어 바다로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억압과 탄압을 싹 쓸어버리지 않는다면
당신의 거대한 건물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당신의 노동자들이 억압과 탄압을 반대하며 계속해서 소리지르고 있는데
제발 말 좀 해라 한강이여
- 이주노동자 범 라우띠 씨의 시 '말 좀 해라 한강이여' 중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2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강제 단속과 추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가졌다.
서울경인지역이주노동조합 소속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전국철거민연합 등 400여 명은 13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주노동자 합동추모식을 갖고, 3시부터는 '단속추방 중단, 노동권 쟁취, 전면합법화를 위한 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연단 왼쪽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된 1993년 이후, 정부의 강제추방과 단속, 작업장 탄압, 산재 등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주노동자 104명의 위패가 모셔졌다. 참가자들은 이곳 분향소에 손수 위패를 달고 헌화하며 이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모와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에는 추모시 낭송과 '스탑크랙다운'의 공연이 이어졌다.


▲ 이정원 기자

이후 이어진 결의대회에서 대회사에 나선 이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하중근 열사가 차별없는 세상을 바라며 정당한 요구를 했던 것처럼, 이주노동자들도 강제단속의 위험 없이 편안히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정당하다"라고 말하면서 "민주노총 80만 조합원들의 힘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선전과 교육을 통해 노동허가제의 필요성을 알려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월 25일, 일시보호해제로 보호소에서 석방된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도 연단에 올랐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고용허가제 2년 동안 코스쿤 셀림과 노르푸아드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면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고 권리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가 있나"라고 정부의 정책을 규탄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이 땅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으며 노동하고 싶다. 노동허가제를 쟁취하고 모두 승리하는 그날까지 투쟁하자"고 연설했다.



▲ 이정원 기자

이주노조 합법화에 대한 소송을 진행중이며 이날 결의대회에서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권영국 민변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은 '체포영장'과 다름없는 '보호명령서'를 단속, 수용 이후에 보여줘도 되는 것으로 하고, 단속을 위해 공장주 동의 없이 공장을 수색할 수 있게 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월에 코스쿤 셀림 씨가 수원 출입국에 수용돼 있다 뛰어내려 숨지고, 4월에는 노르푸아드 씨가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피해 공장 3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등 정부의 강제 단속에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왔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한미FTA와 국제화를 부르짖는 정부가 인권과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왜 함께 국제화하려 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4시 30분경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강제추방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합법화하라", "노동비자 쟁취하자", "압둘 사쿠르를 석방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벌였다.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6년08월14일 10시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