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회용품 아니라 사람" 100만 이주 노동자의 외침

 
 
기사입력2019.04.28. 오후 4:16
최종수정2019.04.28. 오후 4:17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노동자의 날 앞두고 이주노동자들 "차별 철폐" 요구 집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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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이주노동자들이 '2019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얼마 전 머리가 아파서 3주 진단을 받고 일을 못 하겠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저를 불법체류자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5년 동안 하라는 대로 했고 부당한 일도 참았는데 제가 아프니까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어요.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라나)

노동자의 날(5월1일)을 사흘 앞두고 네팔, 방글라데시, 예멘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등은 2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100만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인종차별적 법과 제도 때문에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정 공휴일인 노동절에도 고용주 허락 없이는 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주 전 일요일을 집회 날짜로 정했다.

과도한 숙식비 공제나 보험 비적용 문제가 이들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다. 캄보디아 출신 딴 소픈은 "스티로폼으로 지은 임시 건물을 숙소로 제공하면서 한 달에 40만~50만원을 공제하는데 이곳은 살기에 전혀 적절하지 않다"며 "산재가 분명한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병원비도 스스로 물게 한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 노동자 어디까리는 "아무리 햇볕이 강하고 비가 많이 내려도 종일 밖에서 서서 일해야 하는데 추가 노동에 대한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런 문제를 얘기했더니 사업주가 저를 먹지도 못하게 하고 전보다 더 나쁘게 대우하는 등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도 성토 대상에 올랐다. 머두수던 오쟈 이주노조 사무국장은 "관리자들이 늘 노동자에게 욕하고 '너희 나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을 해도 항의할 수 없다"며 "지시를 거부하면 3년이 끝나고 사업주가 재고용을 안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이주노동자도 한 명의 인간으로 대우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고 힘들어도 쉬지 못하고 때려도 참아야 하고 월급이 밀려도 참고 일해야 한다"며 "아무렇게나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 사람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이날 △최저임금 차등지급 시도 중단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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