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작년 12월 세계이주노동자의날 집회

<기 자 회 견 문>

최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4년 말 18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상태의 이주노동자들을 8월 31일까지 모두 몰아내겠다는 목표아래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과 경찰로 구성된 단속반이 공장지대를 뒤지며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속반이 폭력을 휘두르는가하면, 한밤중에 담을 넘어 단속에 나서는 등 그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최근에는 인권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가 노동부와 검찰청을 방문하였다가 검거되었으며,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친구들의 행방을 말하도록 강요당하여 소위 ‘프락치’형태의 단속방법이 등장하는 등 비인간적인 인간사냥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검찰청 의정부지청에서는 퇴직금을 받지 못해 노동부와 검찰청을 통해 인권구제를 받게된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검사실에서 법무부 출입국 직원으로부터 신원에 대한 심문을 받았으며, 퇴직금을 받자마자 곧바로 수갑이 채워져 출입국에 인계되어 추방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인권피해를 당한 외국인들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인권선진국들의 일반적인 형태이며, 일본의 경우도 권리구제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비록 그가 미등록자(소위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출입국에 통고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이 노동부를 방문할 경우 담당직원이 출입국에 민원인의 불법체류 신분을 반드시 통고하도록 조치하고 있어서 사실상 인권피해를 당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법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인권피해를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부나 검찰에도 찾아가지 못해 더더욱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체불임금을 받자마자 수갑이 채워져 추방되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한 이들이 권리구제를 위해 노동부를 방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체불, 폭행, 사기 등 각종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비인간적인 조치로 인해 자신의 권리조차 구제받지 못하여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일들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현 정부의 비인간적인 인간사냥의 실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확인되었다. 지난 4월 11일,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미등록상태) N씨는 경기도 군포에서 법무부 소속 단속반에 의해 잡히게 되었다. 다음날 단속반은 “불법체류자 명단 20명만 알려주면 풀어주겠다”면서 그를 차에 태워 친구들이 있는 곳을 말하라며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곳을 끌고다녔다. 단속반은 이를 통해 18명을 추가로 검거하였다. 그리고 12일 오후 5시에 단속반은 그를 안양시 호계동 인근에서 풀어주었다. N씨는 강제출국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자신의 친구들 거주지를 단속반에 알려주었으나, 이후 자책감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법무부의 단속방법은 과거 군사독재시절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사용했던 ‘프락치’ 운영방식과 유사한 것으로써 분명 시대착오적인 행위이다. “풀어줄테니 동료들의 위치를 말하라”고 강요하는 행위가 과거 공안당국의 공작과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더욱이 미등록 상태인 외국인의 불리한 신분을 이용하여 타인의 정보를 강제로 얻어낸 과정은 가히 폭력적인 인권유린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고 얻어낸 정보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사냥하여 검거하겠다는 파렴치한 발상에 대해 관계당국과 해당 책임자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위에서 나타난 최근의 사례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현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은 물론이고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인권을 중시하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인권의식 수준이 과거 독재정권의 비인간적인 행태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본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강제추방조치가 실효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해왔으며,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판 노예제도인 산업연수생제도 철폐, 인권피해자들에 대한 분명한 구제조치, 합리적인 외국인력정책의 도입 등을 조속히 실시해야 함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무차별적인 강제단속정책만 고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인권유린을 양산한다면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비난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최근의 현 정부가 벌이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인간사냥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항의의 뜻을 담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히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권리구제가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신분조회와 강제추방을 즉각 철회하라!

1.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밀고를 강요하는 파렴치한 인권유린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1.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외국인력정책을 수립하라!

2005년 4월 20일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출처 : 외노협홈페이지)


<참고> 한겨레 기사
“서울출입국관리소 프락치 공작”

2004.04.21



[한겨레] 외국인노동자협 회견 “동료행방 알려주면 풀어준다고 회유”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린 외국인 노동자를 풀어주면서 동료의 행방을 밀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출신의 누응틴(가명·31)은 2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협의회 주선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회유로 베트남인 등 불법체류자 18명의 소재를 알려줬다고 밝혔다.

누응틴은 “11일 체포돼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한테서 ‘불법체류자 20명만 알려주면 풀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음날 단속반과 차를 타고 다니면서 경기도 군포시에서 동료 18명이 있는 공장 등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후 풀려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한테서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누응틴은 주장했다.

그는 또 체포된 동료를 통해 밀고자임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항의와 협박이 들어와 집을 떠나 있으며,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외국인노동자 대책협의회는 누응틴이 밀고한 18명 중 20일까지 9명이 강제출국당했고, 나머지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들의 강제추방을 막아달라며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 단체는 “이 사건은 군사정권의 프락치 공작을 떠올리게 한다”며 “체류 보장을 미끼로 이주노동자에게 밀고자 낙인을 찍은 비도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누응틴의 불법체류 기간이 6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풀어주려 하자, 이를 고맙게 여긴 그가 정보 수집에 협조해 14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