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4-05-07 18:54]

8월 시행 예정인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9일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책이 성공할지, 제대로 착근될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최근엔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등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높아지고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미신고 불법체류자는 14만2000여명. 지난해 11월 체류기간 4년미만의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합법화 신고를 받은 뒤 집계된 불법체류자는 13만8000여명이었다. 4000명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1·12월, 올 3월에 각각 10일간 실시된 검·경 합동단속을 포함해 법무부가 단속한 불법체류자는 4월말 현재 6300명 정도다. 합동단속 당시 반짝 늘었던 자진출국자 수도 지난해 9월부터 고작 3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래픽 참조>


이같이 불법체류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합법화 기간 이후 입국해 새로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 외에도 합법화 조치됐던 18만4000여명 중 상당수가 다시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합법화 기간 중 ‘우선 출국은 피하고 보자’는 식의 가짜 고용계약서 등도 한 몫을 차지했다. <세계일보 2월27일자 6면 보도>


노동부는 노동고용안정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구직 알선 방침을 세웠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시화공단 A업체 사장은 “고용안정센터에서 리스트를 보내주긴 하지만 한 두가지 조건만 따지다 보면 고용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체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법무부의 단속 방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는 고용허가제 실시 이전 10만명을 내보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의집 백승덕 상담실장은 “단속반원이 떴다 하면 귀신같이 숨어버리는데 어떻게 10만명을 잡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제추방시 비용은 누가 댈 것이며, 보호시설 규모는 어떻게 늘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와 ‘사업장 이동 금지’에 관한 고용허가제 제25조 개정에 대해 정부가 재고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양산의 40%를 차지했던 산업연수생 이탈이 또 다시 재연될 것이 분명하고, 사업장 이동 제한은 고용업주들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측은 “통과된 법안은 사회단체와 고용업체, 중기협 등 관련자 의견에 대한 절충안이므로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한쪽에선 외국인도 정상적인 대우를 해주면서 다른 한쪽에선 인권유린 사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외국인력 수급정책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미·김창덕기자/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