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출신을 경계하라?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한국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한 녹음테이프가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를 통해 방송됐다. 알 카에다는 이 테이프를 통해 미국, 영국, 한국, 호주,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 이라크 파병국에 대한 저항과 공격을 이슬람 세계에 촉구했고, 이를 계기로 정부는 ‘대테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테러 종합대책'에 따라 법무부는 이란, 이라크 등 8개 테러지원국가 국민이 입국할 경우 경찰 등에 이들의 체류지, 기간 등을 통보하고 경찰은 국내에 체류하는 이슬람권 출신자의 동향파악 활동을 하게 된다. 경찰청은 “중동과 동남아 출신의 유동인구가 많아 테러연계가 의심되는 지역에는 외국인에 대한 불심검문도 선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테러 종합대책’은 인종주의적 편견에 뿌리를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반한활동에 대한 종합대책’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집회, 시위를 선동. 주도. 적극 참가자 ▲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정부시책을 비판, 오도하며 이를 선전, 주동하는 자 ▲기타 국익에 현저히 위배되는 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 등을 반한활동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협의회는 “테러라는 사회적 위기를 근거로 외국인에 대한 불심 검문 등 분명한 인권침해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우려의 소리를 냈다. 외노협 측은 "최근 이주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보장을 위한 활동에 대해서마저 반한활동의 범위에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불만을 '증오감'으로, 그들의 투쟁을 '반한활동'으로 몰아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반발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불법체류자들과 제3세계 외국인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며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모두 43만7954명이다. 이 중 이슬람국가 출신은 29개국 6만706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수단 등 5개국 출신이 1755명이다. 또 알 카에다 등 테러 단체를 실질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출신이 7177명이다. (중략)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슬람계통 불법체류자 중에도 주목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이들 국내 불법체류자들의 반한활동이 알 카에다와의 테러활동과 연계될 가능성까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선일보, "알카에다 활동과 연계가능성" 2004년 10월 3일자)

"문제는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수단 등 5개국 출신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1755명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이들 국가 출신 외국인이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동향 파악과 단속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국 민간인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신문 "테러국 출신 국내 1만명 체류", 2004년 10월 4일)

몇몇 신문은 불법체류자와 국제 테러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한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이슬람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의 수까지 정확히 언급하며, 이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반한 활동은 주요한 관심분야로서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알 카에다 등이 테러를 감행할 경우 국내에 연고가 있는 인사와 우선 접촉을 시도할 것은 쉽게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사설, ‘정권타도 외치는 불법체류자들, 2004년 10월 4일)

“또 우리나라에는 중동 지역 출신의 불법 체류자들, 근로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 중에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구요. (중략) 정부의 모든 관련 부처가 입체적으로 협조하고 국민들도 외국인들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순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2004년 10월 5일)

국민일보 역시 불법체류자와 알 카에다의 접촉 가능성을 "쉽게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외국인 범죄가 꾸준히 증가, 올해 외국인 범죄자 수가 1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소식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범죄가 알 카에다의 테러와 과연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CBS 시사자키에서 홍순남 교수는 외국인들, 특히 “중동 지역 출신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선 “국민들이 경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불만을 가진 이유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거나 인권침해를 당했기 때문인데,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불만을 ‘테러요소’로 몰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근거 없는 추정을 기사화하기 이전에, 이러한 보도가 이주노동자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불법체류자들은 한국의 3D업종에 일하면서 노동력을 제공해오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출신 국가를 이유로 테러리스트 취급을 하며 감시하고, 불심 검문을 하고, 근거도 없이 연행하고, 공포와 의심의 눈총을 보내는 것은 테러에 대한 예방책이 아니라 인권침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