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4-06-07 21:08] 중국인 노동자 장팅허(37·사진)는 대구 근로복지공단 출입문 앞에서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임금 체불로 고민하다 지하철 전동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정유홍(34)의 죽음을 산업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근로복지공단은 정유홍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못받은 임금이 있었지만 회사를 그만 둔 뒤에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계약과 다른 공장에서 일을 시키고 손가락에 실밥이 파고들어도 병원에 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해서 번 돈을 주지 않는 사장에게는 어떤 잘못도 묻지 않고 어째서 억울한 죽음을 모른척 합니까.” 중국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열두살 난 아들에게는 ‘엄마가 전화를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들에게 엄마가 자살했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가 없다. 단식 첫 날부터 근로복지공단 건물 밖으로 끌어내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아내 영정을 끌어안고 울기도 했다. 공단 쪽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희망이 없어 보인다.

“공단 쪽에서는 한번도 노동자 편에 서서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노동환경과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아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산재 인정을 꼭 받아야 합니다.” 이주노동자 공대위는 근로복지공단과 공대위, 유가족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