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4-06-14 19:17] 이주 노동자 돕기 ‘품앗이’

“이주여성노동자로서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다시금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뿐입니다.” 1970년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간호사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김상임(54)씨는 이제 한국에서 여성 외국인노동자를 돌보는 삶을 산다. 95년 독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여성 외국인노동자를 돕기 위해 2000년 꾸려진 ‘이주여성인권센터’(02-3672-8988, www.wmigrant.org)에서 심리상담 및 가족치유상담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98년 세워진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그가 나눔의 삶을 결심하게 된 것은 독일에서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6년간 간호사로 일하던 그는 ‘원’이었던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함부르크대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이 걸렸다. 일과 공부, 살림과 육아를 함께 하느라 몸이 아파 휴학을 한 적도 있었다.

“외국인인데다 여성이기까지 했던 제가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을 만큼 독일의 상황이 좋았음에도 이주 여성노동자로 사는 것이 힘들었었는데, 외국인을 보는 시선이 곱지 못한 한국에서 이주 여성노동자들이 느끼는 상처와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그는 귀국 뒤 곧바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독일에서 함께 간호사로 일하던 지인들까지 임신한 외국인 여성들을 돕는 ‘모성보호팀’ 자원봉사자로 이끌었다.

“많이 가진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과부의 동전 한 닢’이 더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죠. 우리나라도 나눔의 문화와 가치가 공유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숨어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센터를 비롯한 여러 나눔의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