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 받는 '외국인 선원' 매년 증가…"이중착취" 주장도(종합)

최종수정 2018.06.01 07:03 기사입력 2018.05.30 15:50

 

외국인 선원은 노사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 결정…열악한 처우·높은 업무 강도에 고령화 현상 심화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리나라 배에 승선하는 한국인 선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싼 값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 여건이 개선되지 않다보니 젊은층의 선원취업은 줄어들고 고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선원 8.6% 증가…韓 선원 1.7% 감소= 10년 전인 2007년 외국인 선원은 불과 9916명이었지만 연평균 13%씩 증가하면서 한국인 선원 수보다 1만명 이상 늘어났다. 30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선원은 총 6만397명이다. 그 중 한국인 선원은 3만5096명, 외국인 선원은 2만5301명이다. 한국인 선원은 전년 대비 1.7%(589명) 감소했고, 외국인 선원은 8.6%(1997명) 늘었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고 전문지식을 요하는 항해사·기관사 등 해기사의 경우 한국인 선원 수가 2만1777명으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그러나 갑판부원, 기관부원, 조리부원 등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부원은 외국인 선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임금의 외국인 선원은 늘어나고 근로조건이 나아지지 않다보니 한국인 선원의 고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인 선원의 취업연령을 보면 50세 이상이 66.2%를 차지했으며, 특히 60세 이상이 36.5%(1만2797명)으로 전년(1만2378명, 34.6%) 대비 3.4% 증가했다.

◆외국인 선원, 선원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 이처럼 한국인 청년들은 열악한 처우와 힘든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해 선원 취업을 기피하고, 해운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선원을 활용해 선원 수급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특히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선원은 법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한국인 선원보다 싼값에 고용할 수 있다. 선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고, 선원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노동 강도가 세고 육지와 떨어져서 생활하다보니 최저임금이 육상근로자보다 높게 책정된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은 198만2340원이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저지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대회' 참가자들이 국회 방향으로 향하다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러나 최저임금 적용의 특례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은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을 맺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전년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아선 안 된다는 조건이 유일한 안전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상선의 경우 국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국제시장에서 외국인 선원의 임금이 다르게 적용된다"며 "업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해 외국인 선원을 국내 선원과 똑같이, 육상근로자보다 더 높게 책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선원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별도로 정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최저임금 대상에서까지 제외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우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기본급과는 별도로 어선이 잡은 어획량을 선원들에게 상여금처럼 지급하는 보합제가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제외가 돼서 이중착취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단 배를 타게 되면 탈출하거나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인권침해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근로감독이 훨씬 어렵고 해양노동청에 고발하더라도 선주들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29일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는 베트남 출신 선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박비 포함…업계vs이주노조 대치= 최저임금 이슈는 외국인 선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현금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이에 대해 박 사무처장은 "사업주와 이주노동자가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숙박비를 최저임금에 산입시키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임금 상승 효과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숙식비를 명목으로 한달 임금의 최대 20%까지 떼어내고 있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부터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서 상 숙식정보를 기재하고, 숙식비를 사전 공제하는 내용의 업무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아파트나 주택은 월 통상임금의 최대 20%까지, 컨테이너 등 임시 거주시설은 최대 13%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펼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비 등 간접인건비를 내국인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식비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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