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이민자, 돈 없으면 불법체류자?



△ 집회 참가자 대표들이 '강제추방, 노동권탄압' 글귀가 붙은 얼음 덩어리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이주노동자 인권 확보 연대회의, 집중집회 개최

[프로메테우스 최미라 기자]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17일 집중집회를 열고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 노조탄압 중단, 노동허가제 도입"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집중집회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약 500여명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연대회의는 "한국의 수십만 이주노동자들은 단지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폭력적인 단속과 협박, 심지어 프락치 행위를 강요당하는 등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자체로 인권침해일 수밖에 없는 강제단속을 중단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악법인 고용허가제 대신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쟁취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반기 민주노동당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부위원장은 이어 "이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며 "서울 경기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얼마 전 취임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민주노동당을 예방했을 때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특별히 강조했다"며 "장관 역시 이 문제에 공감하고 민주노동당과 자주 만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장관이 이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돈 많은 외국인은 이민자, 돈 없는 이주노동자는 불법 체류자?"

대회에서는 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정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박경서 대표는 규탄사에서 "10년 전부터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일해왔는데,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당시와 동일한 구호가 외쳐지고 있는 것이 이 나라 이주노동자 정책의 현실"이라며 "얼마나 더, 어떻게 투쟁해야 정부의 잘못된 시각이 고쳐질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정부는 해외 고급인력의 국내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십수년간 이 땅에서 일해온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낙인찍고 노동권은 커녕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으면서 돈 많은 외국인은 이민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결국 돈의 많고 적음으로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이중적 정책에 비난을 가했다.

이주노조 샤킬 직무대행은 "이주노동자들은 15년이 넘도록 이 땅에서 땀 흘려 일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범죄자로 취급하고 인간사냥에 가까운 단속 추방정책으로 일관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단지 한국에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한국정부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라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약 두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대회는 대회 말미에 '강제추방, 노동권 탄압'이 씌여진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참가자들은 이어 명동성동까지 행진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선전활동을 진행한 뒤 정리집회를 끝으로 자진 해산했다.

참가자들은 △ 단속추방 분쇄 △ 산업연수생제도 철폐 △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 이주노조 탄압 분쇄 등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결의하고 정부에 "더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침해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