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여행객 명단에 표시된 'labor(레이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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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 가이드로가 제공한 지난해 10월 B여행사의 동남아 관광객 명단. 가이드는 빈 공간인 여행객 명단과 달리 검게 색칠된 명단(빨간 표시)의 사람들은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모두 도망간다'고 들었고 실제 20명 중 16명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명단에 검은 색칠이 돼 있죠. 도망자 표시에요. 여행사가 달아날 관광객을 안다는 뜻이에요” 
23일 관광통역안내사 A씨는 여행사 직원에게 동남아 단체관광객 명단을 건네받을 때마다 씁쓸하다고 전했다. 여행객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한껏 기대가 부풀어도 관광객 명단에는 공항에서 이탈한다는 외국인의 표시가 돼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 예정자 명단 관리? 
A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다른 관광가이드 B씨는 최근 국내 여행사로부터 노동자를 뜻하는 ‘Labor(레이버)’라고 적힌 명단을 받았다. 그는 “명단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어요. 노란색 칠한 곳에 영어로 레이버라고 적어놨죠. 관광은 하지 않고 곧장 불법 취업하러 간다는 표시”라고 털어놨다. 

국내 일부 여행사들이 불법체류 예정 여행객 명단을 별도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작성된 ‘B여행사 태국 관광객 명단’에는 상당수 관광객 순번 칸에 검은 색칠이 돼 있었다. 이들 관광객을 맡은 가이드는 “여행사가 표시한 사람은 모두 달아났다”며 “여행사가 도주자를 알고 있는 것은 관행화 됐다”고 주장했다. 여행사 직원이 가이드에게 단체관광객으로 온 20명의 명단을 건네며 ‘이탈자는 표시해 뒀다’고 했는데 16명은 공항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여행사는 “여행객 명단에 특정 표시가 되는 일이 일이 종종 있다”며 “표시가 꼭 이탈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종교인이라든지 어떤 음식은 못 먹는다는 등의 의미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부 여행사가 ‘이탈자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한 동남아 전담 여행사 부장은 “동남아 이탈자가 늘면서 사전 파악을 통해 대처하기 위해 이탈자 명단을 확보하는 여행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에서 이 같은 리스트를 관리하는 이유는 경비를 아낄 수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사전에 이탈자를 파악하면 예약한 호텔 등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은 태국 단체여행객 1명당 10만~20만원씩 적자로 모집하는 상황에서 파악된 이탈자만큼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동남아 가이드는 “호텔은 보통 2인 1조로 예약하는데 이탈자가 있으면 곧바로 예약된 상품부터 취소한다”며 “명단을 받지 못할 때는 당일에 취소가 불가능해 손해로 남는다”고 전했다. 

이탈자 리스트는 에이전트라 불리는 동남아 현지에서 만든다. 모객업체인 에이전트들은 동남아 여행객과 직접 인터뷰를 한 뒤 이탈할 사람인지 여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불법체류를 위해 한국행을 원하는 동남아인이 늘면서 정확도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가이드는 “현지 사람들이 직접 인터뷰하니 이탈자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상적인 단체관광객 명단에 색칠을 하거나 ‘레이버’라고 표시한채 국내 여행사에 명단을 전달한다고 한다. 

■"신고하면 '증거' 요구하니..." 
여행사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항변한다.

태국의 경우 한국과 무비자협정을 맺어 무리에서 이탈하더라도 90일 간은 합법적인 체류라는 것이다. 한 여행업 관계자는 “여행비를 다 내고 달아나는 사람은 불법체류자라고 의심되지만 법무부는 불법체류 증거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태국 현지 여행사에 이탈하는 인원을 알려주지만 신경도 안 쓴다”며 “우리나라에서 신고를 받아주는 정부기관이 없고 괜히 현지로부터 여행객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동남아 현지인 모집해 취업 알선하고 수백만원씩 챙겨

<2> 브로커들 조직적 개입
단체여행 상품으로 입국.. 심사통과 위해 합숙 교육도
농장.마사지 업소 등 알선.. 점조직 활동 적발 어려워

"1명 데리고 오면 기본 200(만원)인데 서로 하려고 난리죠. 10명이면 2000(만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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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데는 브로커의 역할이 크다. 브로커들은 현지인을 모집해 국내 농장과 마사지 업소 등에 취업을 알선하며 1명당 수백만원을 챙기고 있다. 


■농장, 마사지업소에 알선하고 수백만원 

22일 전직 외국인 취업알선 브로커 A씨는 현지에서 동남아인들을 모집해 돈을 받고 마사지 업소, 충북 사과 농장 등에 취업시켜줬다고 고백했다. 

A씨는 "특히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 태국 북부지역 모집책과 접촉했는데 한국에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1인당 20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지 모집책으로부터 불법체류 희망자들이 모이면 적게는 1~2명, 많게는 10여명까지 입국 전에 쇼핑을 시켜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그리고 여행사로부터 단체여행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것이다.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일부는 합숙 교육까지 한다고 한다. 남자는 경기 안산, 화성 등 공장과 충청지역 농장으로 보내고 젊은 여성들은 마사지 업소로 넘겼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그는 업주에게도 별도 소개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농장, 공장에서 동남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게 일상화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도 배추농장, 충청도 등에는 기숙 형태로 운영되는 농장이 많다"며 "휴가도 없이 한달 내내 일을 시키고 주는 임금이 150만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 가운데는 봉고차에 5명 정도를 태우고 봄에는 딸기농장, 여름에는 수박농장, 가을.겨울에는 무, 배추 농장 등을 1년 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봄에는 남쪽지방에서 활동하고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 일을 하는 외국인이 있는데 브로커가 직업소개소처럼 데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브로커들은 여성을 마사지 업소에 소개해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동남아 여성 1명당 소개비로 300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가 경기지역 불법마사지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시세(?)'를 묻자 업주는 "여권 있어? (있으면) 요즘 250(만원)도 싸지. 요새 귀해. (여성)있어?"라고 말했다. 대신 불법체류면서 여권이 만료된 경우 알선 대가가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로커 점조직 활동, 적발 쉽지 않아 

그는 브로커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 7월에는 태국 불법체류자에게 취업 알선을 해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브로커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체류 중인 태국 여성 7명을 부산 부전동의 마사지업소에 알선하고 1인당 최대 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마사지업소를 위해 속칭 '물갈이'도 한다. 브로커가 여성 마사지사를 단체로 인근 업소와 교환하는 것이다.
그는 "업소들은 여성들이 오래 있으면 손님이 식상해하기 때문에 물갈이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동남아 불법체류 구조에 브로커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돼 있지만 점조직형태로 활동해 적발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오래 불법체류한 동남아 사람들도 브로커가 돼 친구, 친척 등을 현지에서 데려와 알선비용을 챙기는 실정"이라며 "지방만 해도 차량 운전만 하는 브로커, 취업 알선 브로커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 단속이 힘들고 법무부도 잘 단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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