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절차와 인권보호 법무(無)부 ‘단속’살인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하여
이영 | 승인 2018.01.09 22:38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12일에 남양주 외국인복지센터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방문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 조치에 대해 “지금은 권한이 없지만 사면권이 생기면 진지하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방문을 알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치밀한 계획 하에 ‘remember illegal migrant worker' 대형 현수막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마석 가구 단지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 ⓒ이영 제공

그리고 그해 이명박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사업주들에게 ‘비즈니스 프랜들리’원칙을 표방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니 좋으시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올시다”였다. 그랬다! 전봇대를 뽑으라고 하니 뽑는 것처럼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로 그해 4월에 즉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에 법무부는 단속 인원을 월평균 1500여명에서 두 배 많은 3000명 선으로 늘려 향후 5년 안에 10%로 축소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을 위한 할당제까지 하면서 단속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를 두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한 해가 지난 2008년 11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녀간 마석에 법무부, 출입국, 경찰 등 280여명이 무차별적인 단속을 강행하여 130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였다. 이 과정에서 과잉단속, 환자방치, 무단침입 등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의무조차 방기한 인권침해 행위들이 발생하였고 10여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무집행을 수행하면서 사전고지 없이 공장과 기숙사에 무단 침입(문을 부셔 버림)을 하였고, 폭압적인 단속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했는데도 이를 방치하였다. 하물며 단속된 이주여성이 용변이 급하다고 하니, 대로상에서 용변을 보게 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의 개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자, 급기야 법무부에서는 2009년 5월 13일에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마련하였다. 준칙은 단속업무를 수행하면서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둔다고 밝히고 있다. 그 세부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폭언이나 가혹행위 또는 차별적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공정성과 투명성 있는 공무 수행과 주어진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구 및 보안장구의 사용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되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준칙과 달리 현장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해 4월 8일에도 대전에서는 한 미등록 이주여성이 단속과정에서 윗옷이 들려 올려 상체가 보일 정도로 단속차량에 끌려가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목울대를 가격당하는 살인적인 폭력단속이 자행되었다. 7월 10일에는 경기 안산 지역의 한 이주노동자 주택에 난입한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원이 계구(수갑)를 사용하여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해 10여 바늘을 봉합하는 직접적인 폭력단속을 자행하기도 하였다.

▲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압적인 단속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했고 인권침해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이영 제공

이처럼 적법절차와 인권보호를 위한 준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적인 단속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리한 단속의 실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법무부출입국의 단속인원은 불과 184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속해야 할 미등록 체류자는 무려 24만 6천여 명(2017년 11월말)에 달한다. 이를 2018년에는 단속인원을 274명으로 확대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로 인한 과잉단속은 불가피하고, 공무를 집행하는 단속반원도 피로도가 극에 달하게 된다. 또한, 단속의 무소불위의 자의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신분증 및 사전고지 없이 무단으로 사업장이나 기숙사, 식당 등에 진입하여 강압적인 단속을 집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미등록 체류자 연도별 현황 ⓒ이영 제공

하지만 단속에 있어 더 근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강제단속·추방으로 이어지는 현행의 방식은 결코 미등록 이주노동자 해소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10여 년 넘게 강제단속·추방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축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인권침해로 인한 부작용만 발생했다. 이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강제단속·추방정책은 중단되어야한다.

고용허가제라는 합법적인 구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5만에 육박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제도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축소 방안을 제도권 내에서 풀어야한다. 제도적인 문제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자진귀국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합법적인 구조 내로 들어 올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국제 인권사회도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을 우려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유입하고 입장에서 한국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에 대한 전향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공단 내 단속이 들어 왔다는 전화통화를 받고 즉시 차량으로 공단 안으로 내려갔는데, 두 세 곳에서 연이어 연락이 오는 과정에 정확한 위치 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오닉이 전화를 해 3층에서 떨어져 고통을 호소하는 전화가 왔다. 오닉이 근무하는 사장님을 만나, 오닉이 떨어진 장소로 갔다.

현장에는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검정색 복장을 한 2명이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누구냐고 물으니 출입국 직원이라고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물으니, 도주과정에서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그럼, 신분증을 제시했냐고 물으니, 건물에 들어가 한국 사람이 없어 신분증 제시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고민하지 않는 이상 불행한 사태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다. ⓒ이영 제공

잠시 후, 119 구조대 차량이 와서 병원으로 후송하였다. 이후, 이를 확인한 출입국 직원 4명은 승용차에 탑승하여 신속하게 빠져 나갔다. 출입국 차량은 서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에 경적을 울렸지만 정지하지 않았다. 공단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승합차 1대, 승용차 1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출입국 직원이 그곳에서 정지한 후 왜 쫓아 오냐고 했다. 사람을 저렇게 해 놓고 도망을 가면 되냐고 항의하자 병원으로 갈려고 했다고 한다. 병원은 반대 방향이고, 당신들은 서울 방향으로 갈려고 하지 않았느냐. 왜 거짓말은 하냐고 항의하자 그때서야 병원의 위치를 물어 보았다.

결국, 법무부 출입국은 단속과정에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를 방치하고 도주하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공단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승합차 2대를 대기시켜 놓고, 승용차로 단속하여 이동하였다. 승합차와 승용차에는 법무부라는 표식도 없었다. 또한, 단속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나 출입국직원임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공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분조차 밝힐 수 없는...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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