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외국인 노동자면, 불시에 신분증 검사를 당해야 하나요?

[JTBC] 입력 2018-01-09 14:55 수정 2018-01-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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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_방아쇠를_당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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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수원역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불심검문 제보 잇따라
불특정 다수에게 설명과 당사자 동의없이 이뤄져 인권침해 논란


#1. 캄보디아인 꽁다라(27살)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길을 걷다 가슴 졸인 경험을 했습니다. 갑자기 사복을 입은 남성 셋이 나타나 ID카드(외국인 등록증)을 달라고 한 겁니다. 이들은 양쪽 손을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구석진 곳으로 밀었습니다. 그리곤 휴대용 단말기를 꺼내 외국인 등록번호를 조회해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문제가 없자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꽁다라씨는 나중에서야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 또 다른 캄보디아인 헬츌라이(30살)씨는 무려 3번이나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수원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경찰 5명이 엘리베이터 앞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헬츌라이씨가 내리자마자 그를 에워싸고 ID 카드를 요구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경찰입니다"라고만 했습니다. 역시 외국인 등록번호를 조회해 합법체류인 것을 확인하자 사라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경찰이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불심검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분별한 외국인 불심검문은 경찰의 직무가 아닐 뿐 아니라, 그 절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에 따르면 불심검문은 '범죄와 연관된 자'에게만 해야 하며, 이유를 명확히 밝혀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법체류자에 대한 관리는 경찰이 아닌 출입국 공무원의 몫입니다. 불법체류는 출입국관리법을 어긴 것으로, 형법을 어긴 범죄자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불법체류자를 '미등록자'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안재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생긴 문제"라며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개인의 기질에 의해 범죄를 저지를 뿐, 어느 집단의 특성으로 일반화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청과 IOM이민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외국인 범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내국인 범죄율에 비해 절반 정도 낮고, 불법체류자의 범죄율도 합법체류자보다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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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대상 불심검문은 없었다"며 "외국인이 몰려다니다 때때로 폭행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상인들이 불안해해 몇 차례 검문한 것뿐이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을 통해 불심검문 당한 외국인 노동자의 사연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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