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와 외교분쟁 치달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구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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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에 취업한 필리핀 가사도우미 문제로 양국 간 외교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쿠웨이트 주재 필리핀 대사관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의 구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도움 청한 자국 여성, 대사관 차에 태워 구출
구조된 216명 귀국…관련 동영상 SNS에 확산
쿠웨이트 “불법 행위다. 양국 관계 악화”경고
사우디서도 필리핀 여성 학대로 고용주 체포

23일(현지시간) 필리핀 매체인 인콰이어러 등은 “필리핀 대사관이 쿠웨이트 현지에서 구출해 귀국시킨 가사도우미가 현재까지 216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구출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 쿠웨이트 정부가 필리핀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왼쪽)이 23일 쿠웨이트에서 일했던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며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현지매체 필스타]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왼쪽)이 23일 쿠웨이트에서 일했던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운데)와 대화를 나누며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현지매체 필스타]

  
동영상에는 쿠웨이트 현지에서 필리핀 여성이 고용주 집을 몰래 빠져나와 필리핀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필리핀 언론들은 이번 작전이 ‘사막의 구출’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쿠웨이트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3일에는 가사도우미 구출에 가담한 필리핀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앞서 자국 주재 필리핀 대사도 소환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필리핀 대사관의 행위는 불법이다. 외교 관례와 빈 협약에 위배되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필리핀 외교부는 “학대 받는 가사도우미가 도움을 요청하면 대사관 측이 이들을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긴급 상황일 경우 쿠웨이트 경찰 등의 도움을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 24시간 안에 경찰의 조치가 없으면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 대사관은 24시간 핫라인을 열어놓고 구조 요청을 접수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3일 이주노동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국 주재 무사에드 살레 알웨이크 쿠웨이트 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3일 이주노동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국 주재 무사에드 살레 알웨이크 쿠웨이트 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한 해외 근로자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쿠웨이트에서 살해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사체가 1년간 냉장고에 보관돼 오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며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부부는 지난 1일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 사망한 자국인은 2016년 82명에서 지난해에는 120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쿠웨이트에는 26만명 이상의 필리핀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에게 주인이 강제로 표백제를 먹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고용주는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여성은 평소에도 고용주의 폭행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필리핀 근로자에 대한 학대는 중동 특유의 ‘카팔라(kafala) 제도’ 때문”이라며 “이는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의 비자발급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것으로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없이 이직하거나 출국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여권과 휴대전화를 고용주가 압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는 중동 외 지역으로의 인력 파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 30만명 규모의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중국 매체인 관찰자망이 전했다. 파견 근로자는 영어교사 10만명을 포함해 간호사,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이다. 필리핀은 세계 최대의 인력 수출국 중 하나로 전세계 180개국에 1000만명 넘게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쿠웨이트와 외교분쟁 치달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구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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