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신청했더니 해고 통보"···이주노동자 52.9%, 산재보험 신청 못해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김상민 기자

김상민 기자

“일하다 손에 심한 통증이 왔는데 사장님은 따뜻한 물에 소금 풀고 손 담그면 나아진다고 했어요.”

냉장창고에서 닭고기를 손질하는 업무를 하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ㄱ씨는 칼질 등 반복되는 업무로 손에 극심한 통증이 왔다. 고용주에게 말했지만 병원에 보내주기는커녕 “말 잘 안 들으면 불법체류자로 만들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만 돌아왔다. 

“사장님이 일하라고 해서 반창고로 감고 계속 일했어요.” 비닐봉투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손을 베어 인대가 절단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ㄴ씨는 “병원에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장님은 ‘내가 해줄 게 없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네가 알아서 하고, 다른 회사 가’라고만 말했다”고 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2017년 외국인 이주노동자 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경기도 외국인 산업재해자 실태 조사’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산재 피해를 당한 외국인 이주노동자 절반 가량(52.9%)이 산재보상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재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 경우는 36.4%에 달했다.

산재보험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중복응답)로는 ‘신청방법을 모른다’(65.5%)는 답이 가장 많았다. 56.6%는 ‘통역 부재로 정보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42.2%는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아서’를 이유로 들었다. 9.3%는 불법체류나 불법고용을 이유로, 5.5%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업주로부터 산재 신청을 거절당했다.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적절한 치료와 보상도 받지 못했다. 치료 중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노동을 강요받은 경우도 많았다. 고용주가 산재보험 신청을 해줬더라도 치료비 중 일부를 피해자 급여에서 떼가거나, 산재보험 신청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알아서 해라’ ‘다른 회사로 가라’며 퇴사를 종용한 사례도 파악됐다. 산재 피해 후에도 계속 노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64.4%로 나타났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오경석 소장은 “외국인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후 기계 교체, 안전장구 지급과 같은 작업장 환경 개선과 무리한 반복 작업, 초과 노동과 같은 열악한 노동 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281603001&code=940100#csidxf542bc9528cfcbe9fc0180b91ebf2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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