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큰 파도는 올 가을과 겨울 사이 온다”

입력
 
2020.08.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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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의 직격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승식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황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 황 교수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 특히 유행병은 단순히 환자의 몸과 질병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현실과 밀접히 연결돼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와 제도 등을 연구하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에 대한 관심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 황승식(47)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의료와 소득의 상호작용‘ 등 이 분야 연구에 천착해 전문가이다. 황 교수는 최근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비교’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가 생각하는 코로나19 사태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 우려했던 ‘2차 확산’이 현실이 됐다. 지금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집중해야 할 건 무엇인가.“아직 큰 파도는 오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세컨드 웨이브’(2차 대유행)는 계절적으로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시작될 가을과 겨울 사이 환절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향은 남반구에서 확인됐다. 겨울로 접어드는 7월 말 8월 초에 남반구에서 확진자가 다시 확대됐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의 특성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 습관과 관련이 깊다. 여름에야 주기적으로 창문 열어 환기하라는 권고를 잘 따를 수 있지만, 찬 바람이 불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실내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고, 환기도 꺼리게 되고 손 씻는 횟수도 줄어든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2차 확산’ 상황이 길어져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될 위험성이 있다. 반대로 과거 대구나 이태원 사례처럼 성공적으로 대처한다면 이번 상황도 작은 파도로 끝날 수 있다. 지금의 재확산을 2차 대유행으로 가기 전에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처의 강점은 ‘3T’로 요약된다. 대규모 선제검사(Test)와 신속한 역학 추적(Trace)을 통해 감염자와 접촉자를 조기에 격리 치료(Treat)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방역 범위를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비율 즉 ‘깜깜이 환자’ 비율이다. 현재 20%를 넘어섰는데 더 늘어나면 3T 시스템도 위험해진다.”

 

우리 방역의 성공 비결은 ‘3T’

- 최근 전염력이 강한 GH그룹 유전자형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한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부터 유행한 GH그룹 바이러스는 1, 2월 중국 우한 교민 사이에서 발견된 S그룹이나 2~4월 신천지 집단감염에서 나온 V그룹보다, 전염력이 평균 6배, 최대 9배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변이가 빨리 일어난다면 백신 개발이 소용없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유전자 변형은 소(小) 변이이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의 약효에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매년 새로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새로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변이다.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과의 관계 변화는 전형적인 진화의 과정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번식을 위한 숙주인 사람이 많이 남아 있는데 굳이 유전자를 변형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진화압’이라 표현한다. 유행 초기에 바이러스의 대(大) 변이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 비교’에 대해서도 연구했는데,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장단점을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특별히 우리나라만 시행한 정책은 없다. 다만 대만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정부와 달리 한발 앞서 적시에 정책을 시행해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 특히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빠르게 개발하고 대량 확보한 공이 컸다. 이렇게 신속하게 대처한 것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에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병 발병 대체 시스템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갖춰졌고, 정부도 신속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미국에도 진단키트가 있었으나 정부의 대응이 늦어 사태를 키웠다. 또 하나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지역봉쇄나 국경봉쇄를 시도하지 않으면서 방역도 효과적으로 해냈다. 봉쇄는 코로나19 유행이 처음 시작된 우한과 중국 내 다른 지역처럼 발생 규모 차이가 급격할 때에만 효과적이다. 한국처럼 지역 간 발생 차이가 크지 않고 지역 내 이동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이득보다 손해가 큰 정책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 하지만 초기 정부가 성공적으로 유지했던 방역과 경제의 균형추가 7월 이후 경제로 치우치며, 2차 확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바이러스 감염 차단만이 목표라면 사람들을 못 움직이게 하면 된다. 하지만 경제가 돌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생긴다. 두 가지 상충한 요구에 대해 어디서 균형점을 맞추느냐는 문제는 정말 누구도 먼저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는 거다. 방역은 결국 과학과 정치의 조화가 중요하며, 특히 정부가 국민에게 얼마나 정밀한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위험 계층 200만명에 달해

- 정부는 코로나19가 상반기 내 안정화될 것을 가정하고, 2분기에 재정을 집중 투자했고 그 효과를 바탕으로 3분기 이후 경제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너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이 절실한데, 재정 여력은 상반기보다 부족하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No! 3밀(밀폐ㆍ밀접ㆍ밀집)’을 강조한다고 한다. 3밀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다. 취약 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감염병만큼 정치적인 현상은 없다’는 말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정부의 손길이 필요하다. 특히 취약 계층 중에서 의학적으로도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질환자에 대한 정부의 돌봄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의료급여 사각지대도 많다. 건강보험료 체납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을 고려할 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은 200만명 정도로 짐작된다. 코로나19 사태 조기 해결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향후 최단 6개월에서 2년까지 이런 취약 계층에 대한 도움이 지속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사태 장기화로 생계 절벽에 몰릴 수밖에 없는 영세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보강해야 한다. 상반기처럼 일회성 긴급재난지원금 살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별적이되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재정 건전성을 걱정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면, 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대구 신천지교도나 이태원 동성애자 같은 소수자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된다. 급기야 최근에는 수도권 감염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일부 종교단체나 극우 인사들이 검진을 거부하거나 왜곡 과장 주장을 퍼뜨리며 정부의 방역 정책에 저항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했다. 여기에는 감염자 동선 공개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 방역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방역을 위해 허용되는 사생활이나 인권 침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감염병을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나를 두고 전 세계 어디에도 합의된 기준이 없다. 방역의 필요성이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각 사회의 특성이 방역 작업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원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없었는데 갑자기 코로나19로 생긴 것이 아니다. 또 종교인에 대한 신뢰가 높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신뢰가 낮아진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 잠재된 여러 문제가 코로나19라는 일종의 돋보기를 통해 커다랗게 드러난 거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소수자에 대한 존중 등 사회의 개방성과 관용도가 높아져야겠지만 이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술적 진보는 상당이 앞섰지만, 정부나 구성원 상호간의 사회적 신뢰도는 상당이 낮은 특성을 보여준다. 많은 나라는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신뢰가 비례하여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추이에서 벗어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감염자 동선 공개는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상호 간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감염자 개인 정보 공개는 과도한 배제와 비난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감염 위험 관련 정보를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 우리 사회의 앞선 기술력이 이런 딜레마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동선 주변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감염 위험자에 대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비공개로 대상자에게 위험을 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감염자 개인 정보 공개는 최소화하는 대신 감염이 발생한 장소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여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감염 의심자의 검사 거부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은 실효성 없이 감염 위험만 키울 수 있어 우려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정보 공개 범위에 대한 성숙한 고민이 시작되기 바란다.”

과도한 감염자 노출은 방역에 역효과

_ 코로나19 사태는 언제쯤 진정될까.

“결국 백신 접종 확대로 전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이 실현돼야 사태가 진정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신 개발과 관련 가장 낙관적인 견해도 올 연말 백신의 개발, 내년 상반기 임상 안전성 확보, 전 국민 백신접종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결국 아무리 짧게 잡아도 내년 말 이후에나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될 것이다. 그런데 매 단계 엄청난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임상 안전성 검증 문제가 특히 그렇다.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10만명당 한 명의 사망률도 결코 안전하다 할 수 없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500명이 위험해지는 셈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300명 수준인 것 비교하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그 위험 기준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 안전한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는 것도 단기간 내 이루기 힘들 것이다. 이 모든 장애를 해결하고 백신 개발과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하려면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물론 백신 접종 증명서는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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