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문제에 대해 협조해 달라, 조언해 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뒷통수를 칠수가 있습니까? 정부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박천응 목사는 지난 22일 자신이 정부에 의해 반한(反韓)분자로 규정된 것을 알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의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 을)이 법무부에 요청한 테러관련 자료를 통해서였다.

박 목사는 그 사실을 안 직후부터 항의 단식을 시작, 26일 현재 4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박 목사의 목소리는 유난히 작았고 기자는 때문에 몇 번이고 되물어야 했다.

박목사는 주변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분노가 더 거세다고 했다.

“어려울 때 우리를 도와준 한국인이 반한분자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목사님이 반한분자면 나는 차라리 테러리스트다' 라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오히려 달래야 할 상황이지요.”

그가 `반한분자 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개념'으로 자신이 분류된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마 지난 3월에 있었던 단속중의 실랑이일 겁니다. 당시에 예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외국인노동자 센터에 단속반원들이 들어와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연행해 가는데, 연행 과정에서 사람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등 단속이 아니라 폭행에 가까운 행위를 했어요. 그래서 여기는 종교단체다, 이러지말라고 했는데 되레 제 팔을 비틀고 끌고 갔고 이로인해 왼쪽 팔목 삼각 연결판이 파열됐습니다.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국은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단침입, 상해, 모욕등의 행위로 고소까지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제가 정부의 외국인 정책에 비판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작년부터 불법체류자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보니 반한 활동가로 분류되어 있네요. 정부에 비판적이면 전부 반한활동가입니까?"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공무집행방해죄로 맞고소 당한 박천응 목사의 경우는 아직 정식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건과 관련 자신을 그렇게 분류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외국인 노동자 연행과정 자체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행중에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고요. 법무부는 인권탄압 기관이고, 경찰은 폭행자가 되어 버렸어요.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구경만 하겠습니까."

그는 인터뷰 조금 전에야 법무부에서 작성한 국정감사 자료 원문을 보았다고 했다.

◁ 최근 법무부가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반한단체로 규정한 사실과 관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26일 오전 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박천응 목사 외에도 서울조선족교회,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성남외국인노동자센터 등의 단체와 서경석(徐京錫) 서울 조선족교회 담임목사 등이 반한분자로 규정되어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한 활동이 반한활동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째서 탄압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26일 예정된 기자회견은 출발일 뿐 입니다. 정부의 외국인노동자 대책과 저 외에 반한분자로 규정된 사람들을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겁니다."

그의 1차적 요구는 법무부 장관의 사과를 받는 것과 문서 작성자가 누군지,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다.

반한분자라는 것이 정부의 `분류'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개념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실가능성도 없는 정책을 만들어 놓고 죄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정책입안자들은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박 목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밝히고 정부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박예원 인턴기자·연세대4년·pyw0226@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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