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비 징수지침’ 등 이주노동자 차별 정책 폐지해야”

17일, 세계 이주민의 날 맞아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집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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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소속 100여 명은 대구시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허가제 쟁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이주노동자 건강권 보장, 숙식비 공제지침 폐기” 등을 요구했다. ‘12. 18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1990년 12월 18일 UN총회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을 채택하면서 제정됐다.

▲17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소속 100여 명은 대구시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허가제 쟁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이주노동자 건강권 보장, 숙식비 공제지침 폐기” 등을 요구했다. [사진=성빛나 현장기자]

참가자들은 사업장 변경 횟수(3회), 구직기간(3개월) 등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변경 3회를 다 쓴 이주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면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 도입을 촉구했다.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A 씨는 “회사를 3번 옮기고 나면 불법이 된다. 이주노동자의 선택으로 좋은 회사에 갈 수가 없다. 사장님이 원하는 사람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다. 이주노동자들 한국에 돈 벌러 왔는데 고용허가제 문제 때문에 미등록 되는 일이 많다”며 고용허가제를 비판했다.

이어 A 씨는 “사장님이 이미 방값, 밥값을 일하는 노동자 월급에서 빼고 있다. 이주노동자 17명이 한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한 사람당 30만 원을 기숙사비로 빼간다”며 숙식비 공제지침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은 월 통상임금의 최대 20%를 숙식비로 공제할 수 있다. 노동부는 문제가 된 숙식비에 대한 상한선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고용주에게 숙식비 공제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경이주연대회의는 “고용노동부가 지역노동청에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와 같은 제목의 리플릿을 비치해 고용주들에게 숙식비 공제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용주에게 악용될 여지가 있고,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까지 숙소로 인정하는 지침은 이주노동자 주거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우리에게 비자 줘라”, “기숙사비 빼지 마라” 등을 외치며 공평네거리까지 행진했다. [사진=성빛나 현장기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 B 씨는 “베트남 노동자가 산재를 입고 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찾아왔다. 그런데도 사장은 일해야 된다고 했다고 한다”며 “미등록 고용사업주가 산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된다. 의료보험 가입을 할 수 없어 비싼 병원비 부담에 진료도 못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세금 내고 진료받기를 원한다. 미등록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우리에게 비자 줘라”, “기숙사비 빼지 마라” 등을 외치며 공평네거리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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