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난민문제로 부각된 EU 내 동서유럽 갈등

서형원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2월 06일 20:58     발행일 2018년 02월 07일 수요일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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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국제사회에서 지역 국가들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지역통합의 이상적 모델이었다. 그런 EU가 지난해 영국의 탈퇴 선언에 이어, 올해는 동유럽 회원국들과의 갈등으로 심상치 않은 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가 난민 할당제(EU 영내에 유입된 난민들을 EU 회원국에 할당, 수용시키는 제도)에 따른 의무이행을 거부해온 폴란드헝가리체코를 EU 재판소에 제소했고, 이들 동유럽국들은 이에 정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들 간 갈등요소가 된 EU의 난민 할당 문제는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난민위기에서 비롯된다. 시리아 내전으로 수백만 명의 시리아 국민이 터키, 이라크 등 주변 국가로 피난하여 거주하게 되었는데, 2015년 중반까지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EU 회원국으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2015년 8월까지 독일 약 9만 명, 스웨덴 약 6만 명 등).

독일이 경제력과 노동력 부족을 바탕으로 난민들을 계속 수용하는 정책을 펴자, 독일을 우선 목표지로 한 난민의 이동은 물밀듯이 계속됐다. 터키에서 쪽배로 목숨 걸고 풍랑이 심한 바다를 건너 그리스로, 그리스에서 다시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세르비아를 거쳐 EU 경계이기도 한 헝가리 국경을 넘은 후, 서유럽으로 향했다. 2015년 9월에는 EU 경계를 넘는 난민들이 하루 평균 8천여 명에 달할 정도였다. 

대규모 난민 유입이 계속되자 헝가리는 독일 등의 난민 수용정책을 비난하면서 난민들의 자국 통과를 거부하고 국경을 폐쇄하였다. 그러나 대규모 난민의 EU 입국 행렬은 헝가리의 인접국이자 EU 회원국인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해 2015년 말까지 계속됐다. 이후 EU는 터키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고 터키는 자국을 통한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데 협조키로 하면서, 난민의 대거 유입은 소강상태가 된다.

그러나 대규모 난민사태가 남긴 후유증은 여전히 크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난민을 수용하는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토록 한다는 입장에서, 2015년 난민 16만 명을 회원국 크기나 경제력에 따라 할당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때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국들은 의무할당에 반대투표를 던졌는데, 동 할당의 이행과정에서도 동유럽국들의 반발은 두드러졌다. 체코는 할당된 2천 명 중 12명만을 수용했고,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행실적 제로다.

EU 집행위는 결국 지난해 12월 이들 3국을 EU 재판소에 제소하게 됐고, 폴란드는 헝가리, 체코 및 슬로바키아와 함께 대EU 도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동유럽 4국은 난민 할당제가 국가 정체성을 약화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거부하고 EU의 지나친 주권제약과 내정간섭에 반발해온 점에서 입장이 같다. 그래서 향후 EU 내에서 동서유럽 회원국들 간 이민정책과 가치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폴란드는 현재 우파 민족주의 집권당이 영국을 본받아 EU 탈퇴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EU와 기본관계협정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깊은 호혜적 관계를 유지해왔고, 동유럽 4개국에는 각각 우리기업들이 많이 진출하여 경제적 이익이 클 뿐만 아니라 이들 4개국과 정치적 관계도 강화되어 왔다. EU와 동유럽 4국 간 갈등격화와 분열은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관심 갖고 지켜볼 일이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 대사·순천청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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