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도 인간입니다, 인종차별 멈춰주세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ㆍ국내 체류 30여명 광화문 집회
ㆍ“글 몰라 가짜난민 오해 많아, 범죄자 취급 등 편견 없애야…한국 사회가 포용해줬으면”
ㆍ심사기간 단축 촉구 입장문

<b/>“한국 사회에 어울려 살고 싶어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 인정자와 난민신청 대기자 등이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개최한 ‘2018 난민의 목소리 한마당’ 기자회견에서 한 난민신청 대기자가 조속한 난민심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한국 사회에 어울려 살고 싶어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 인정자와 난민신청 대기자 등이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개최한 ‘2018 난민의 목소리 한마당’ 기자회견에서 한 난민신청 대기자가 조속한 난민심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우리도 같은 인간입니다. 인종차별을 멈춰주세요!” 

국내에 체류 중인 난민과 난민신청자 등 30여명이 8일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처한 실상을 알리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일부 난민들은 “우리도 한국 사람들과 같이 고유 문화가 있는 인격체”라며 아프리카 전통 북을 이용한 공연을 펼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산 이주민센터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 ‘난민의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이미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부터 난민 심사 및 신청 대기 중인 사람까지 다양한 난민들이 참여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말했다. 

2년 전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한국으로 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ㄱ씨는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다. ㄱ씨는 “내 얼굴이 공개되면 부룬디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한글뿐만 아니라 자기 모국어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글을 쓸 줄 모르다보니 자신의 사정을 입증하지 못해 ‘가짜 난민’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 온 ㄴ씨는 “난민 신청을 위해 대기하는 기간만 2개월이고, 그 뒤 심사가 완료되기까지 또 6개월이 걸린다”면서 “8개월 동안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재정지원보다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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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고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ㄷ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이 환영해줘 감사했다”며 “이제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 같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또 다른 난민 ㄹ씨는 “편견과 차별을 넘어 난민들에게 사랑을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난민의 목소리’는 난민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난민도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라면서, “평균 2~3년이 걸리는 난민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난민신청자에 대한 종교적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모두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난민신청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들로 누명을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082150015&code=940100#csidx04c5cbbd4c36d389bdd4e9153c102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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