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이주노동자 임금 제 자리..."숙소비 공제로 임금상승 억제"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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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도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절반 가량은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주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월급은 2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주 54.4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받아야 할 최저임금보다 26만원가량 낮았다.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숙소비나 식비를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5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를 열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일하는 18개 국적 이주노동자 146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에 답한 이주노동자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4.4시간었고, 평균 월급은 200만1079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16.4% 올랐는데도 응답자의 47.5%는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성과 남성의 평균 노동시간은 같았지만, 여성 이주노동자는 남성에 비해 평균 30만원 가량 낮은 임금을 받았다. 특히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7명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평균 노동시간(61.2시간)은 가장 길었지만 평균 월급(167만88원)은 가장 낮았다.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이주노동자 10명 중 8명(85.5%)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거주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55%) 작업장 부속 공간이나 가건물 등 임시 주거용 공간에 거주했다. 농축산업 종사자의 경우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에 거주하는 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높았다.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로 제공한 작업장 부속 공간(왼쪽)과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임시 가건물.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로 제공한 작업장 부속 공간(왼쪽)과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임시 가건물.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사업주에게 매달 월급의 일정한 비율을 숙소비로 지불한다는 비율은 38.4%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사업주가 임금에서 숙소비와 식비 공제를 시작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숙소비 등을 임금에서 공제하기 전 사업주가 서면 동의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41.6%가 ‘서명한 적 없다’고 답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들은 안전·위생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임시 가건물을 기숙사로 제공받는 경우가 많고, 일부 업종에서는 화재와 범죄에 취약한 이런 기숙사에 과다한 사용료를 부과해 이를 임금에서 공제해 왔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숙식비 공제로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가 농축산업에서 전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051518001&code=940100#csidxb3a26f545670a32a654b32ea100c2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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