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한 달 새 4명 사망…산재 방지 근본대책 마련하라”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ㆍ이주노조·시민단체 촉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법무부 장기구금 외국인 강제송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주노동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법무부 장기구금 외국인 강제송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주노동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지난달 한 달 동안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가 4명이나 사망하면서, 사업주를 엄벌하고 노동 관련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이주노조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이 발생한 양돈장 한두 곳 만의 문제가 결코 아닐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산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농축산업 현장에서는 법 조항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경북 군위의 양돈장에서 정화조 청소를 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2명이 분뇨에서 발생한 황화수소에 질식해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정화조 청소작업을 할 때에는 황화수소 중독 방지에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사업주는 청소 기계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2명의 노동자에게 수작업을 지시하면서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았고, 마스크 같은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2주 만인 지난달 27일에도 닮은꼴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여주의 한 양돈 농가에서도 정화조 분뇨를 치우던 중국인, 태국인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황화수소는 농도가 700ppm을 초과하면 한두 번의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 한 해 평균 2.8명이 정화조 질식사고로 사망하는데, 올해는 벌써 사망자가 4명이나 발생한 것이다. 이주노조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조항들은 활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군위 양돈장에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위반 사항이 18건이나 적발됐다. 

게다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일터가 위험하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계약기간 동안 사업주 허가 없이 사업장을 떠날 수 없고, 일을 그만두면 비자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 태국 등 16개국에서 약 27만명이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중소제조업체, 농축산업 등 국내 인력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주로 근무하고 있다.


이주노조는 “각국 언어로 된 산업안전 교육 자료와 선전물을 사업장에 배치하는 등 종합적인 산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42223035&code=940702#csidx2241c6bde904cc39316f871a4d87a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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