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산재 문제 대책 마련하라"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주노동자단체 주최로 열린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사망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 구속과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7.6.4
kimsdoo@yna.co.kr
[사설]잇단 이주노동자 사망, 인권 차원서 대책 세워야

농촌지역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노동인권 보호와 산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노동·사회 시민단체는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 평균 2.8명이 정화조 질식사고로 사망했는데 올해는 벌써 4명이나 숨졌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100만명에 이르는데도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자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이른바 3D 제조업체뿐 아니라 국내 농축산업에서도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구타와 욕설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고 있다. 지난달 돼지축사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12일 경북 군위에 있는 양돈장에서는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출신 노동자 2명이 질식사했다. 네팔 노동자들은 분뇨 흡입 기계가 고장나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수작업으로 정화조 청소를 하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7일 경기 여주시 북내면의 한 돼지축사에서는 60대 중국인과 30대 태국인 노동자가 축사에 쌓인 돼지 분뇨를 치우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에 ‘예외 노동자’로 구분돼 있어 법정 휴가나 초과근로수당은 물론이고 체불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현대판 농노’로 불리고, 노동시간은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은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사업장 변경 횟수와 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축산업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취업도 금지돼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반노동·반인권적 법률들을 즉각 개정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기회의 땅’이 아닌 ‘노동착취국’이자 ‘노동지옥’이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42113005&code=990101#csidxd06f72bf0df330cb110172abf557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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