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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기준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초임 연봉은 4,350만원에 이른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 연봉은 2,490만원으로 대기업의 절반 정도인 57%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70~80% 선인 점과 비교하면 노동시장 불균형이 이미 한계점에 이른 셈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외국인 근로자까지 가세한다면 불균등 심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민자가 3D 업종에 집중 유입될 경우 노동시장이 교란돼 사회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소신 있는 외국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캠프 내에서도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반(反)외국인 정서를 의식해 어디에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 세계 국가들이 이민을 국가의 중요 발전전략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은 전략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로(0) 수준”이라며 “법령 개폐권을 가진 중앙정부부처인 이민처를 설립해 이민 관련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도 사회 일원’ 인식 바꿀 통합정책 필요=그럼에도 늘어나는 외국인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선 체류 외국인 수가 5년 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 원장은 “서비스업은 물론 건설·제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이민자 노동력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지금은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사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인식도 이와 비슷하다. 유엔은 지난해 9월 ‘뉴욕선언(New York Declaration)’을 통해 “질서 있고 안전한 이민이 전 지구적인 불평등과 빈곤 등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민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도 반(反)외국인 정서를 완화해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통합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지적이다.
결혼 등 장기체류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 등 체류 외국인들이 밀집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 및 환경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혼 이민자 및 한국 국적 취득 가구 중심이라 50만명에 달하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여기서도 소외된 존재다. 정 원장은 “국제결혼이 잦아진 농촌에서는 노령층을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