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해고·임금 체불 여전… 사회통합프로그램·외국인 행사 늘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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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 2017년 05월 10일 (10:57:59) | 게재 : 2017년 05월 10일 10:24:00 | 호수 : 322호 3면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김해뉴스>는 김해중부경찰서와 공동으로 최근 동상동의 김해다문화치안센터에서 김해 지역의 외국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 사장, 다문화가정의 가장 등 모두 11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김해에 살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털어 놓았다. 진행은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가 맡았다.



▲ 동상동의 김해다문화치안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언어·문화 차이
△심동민(46·방글라데시)=문화적 차이가 심하다. 예를 들면 거리 금연, 입에 안 맞는 음식, 존대어 사용 등이다. 요즘 외국인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기본적으로 한국말을 조금 배워서 온다. 그래도 어렵다. 특히 병원에 갈 때 의사가 잘 알아듣지 못해 힘들다.
 
△싸이 태인뚠 윈(43·미얀마)=서울에서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이 반말을 하다가 한 아저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회사에서 반말을 많이 듣다 보니 존대어를 못 배워서 그랬다. 한국 사람들이 이해를 해 줬으면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알비나(59·우즈베키스탄)=우즈베키스탄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 한국말도 잘 못하니까 어려운 점이 많다.
 
△나지볼라(32·파키스탄)=개인적으로 음식은 괜찮다. 처음에는 잘 못 먹었지만 지금은 좋아졌다. 한국말을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마두 마하트(40·네팔)=한국어는 말을 할 때와 글을 쓸 때가 다르다. 네팔은 하는 말과 쓰는 글이 똑같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한국말을 배울 수가 없다.
 
△요한(40·스리랑카)=글을 몰라 중요한 서류에 서명을 했다가 회사에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무니르 위카르(31·모로코)=모로코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말을 하면 그냥 들어야 하는 분위기다. 지하철 안에서도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 취업·임금·비자
△심동민=외국인 근로자가 처음 취업비자로 한국에 오면 4년 10개월 이후 출국해야 한다. 회사에서 성실근로자로 재고용하면 다시 입국할 수 있다. 재고용해 줄 것이라고 믿고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불러주지 않을 때가 많다. 회사가 망해서 못 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퇴직금을 포기하고 남아 불법체류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고용주는 마음대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을 그만 두게 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고용주 동의 없이 그만둘 수 없다. 월급, 숙소,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 고용주가 반대해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한=회사에서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고 퇴사 처리를 해 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일을 그만두면 정해진 기간 내에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회사의 허락을 받고 고국에 한두 달 휴가를 다녀오면 퇴사 처리가 돼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너무 늦어서 신고를 할 수 없다.
 
△도안티 탄뚜이(32·베트남)=임금을 못 받은 적이 있다. 고용주가 "네가 일을 잘 못했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힘들게 일했는데 억울했다.
 
△심동민=경찰, 노동부, 외국인지원센터에서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10년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최근에도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 시설·정책 등 지원책
△심동민=외국인 노동자 중 노동법을 모르는 사람이 80% 이상은 된다. 최저임금제도 모른다. 힘들게 일했는데 돈을 못 받아 많이 억울하다는 외국인들이 있다. 노동부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말이 서툰 사람들에게 통역 지원을 더 해 주면 좋겠다.
 
△황원선(49·고려인연합회 총무)=고려인이나 동포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국내에서 장기간 취업을 하거나,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면 영주권·장기체류 비자를 얻기가 쉽다. 한국어 교육, 무료 통역, 비자 연장 등을 도와주는 전문기관이 있으면 좋겠다. 취업하려면 병원 건강검진, 조기적응 프로그램 이수, 외국인 등록, 산업인력공단 교육 이수 등을 거쳐야 한다.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정도 걸린다. 너무 길다. 일은 못하면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경제적으로 힘들다. 기간이 좀 짧아졌으면 좋겠다. 교육장소도 멀다. 김해에 있는 시설에서 운영했으면 한다.
 
△무니르 위카르=외국인의 적응을 도와주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있다. 3~4번 신청을 했지만 참가하지 못하고 그냥 왔다. 신청자가 부족해서 개설이 안 되고 자꾸 취소가 된다고 했다. 교육장소가 분산돼 있어 그런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참여해 보니 효과가 좋았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 홍보를 더 강화하면 좋겠다.
 
△심동민=동상동 외국인 거리에 지원을 더 해 주면 좋겠다. 외국인들은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다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 공간을 마련했으면 한다. 광장은 좁다. 더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자주 문화행사를 진행하면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무니르 위카르=난민 문제도 심각하다. 시리아 난민 친구가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6개월 간은 일할 수 없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 기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일할 수 없다고 해서 힘들어했다. 시리아에서 출발할 때는 한국에서 받아준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오고 난 뒤에 안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나지볼라=나도 난민비자로 와 있다. 김해에는 난민이 많다. 시리아, 파키스탄, 중국 등에서 들어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은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다. 법무부에서는 난민도 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용센터에서는 일을 못한다고 한다. 수도권에는 난민들을 위한 급식봉사,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많다. 부산은 물론 김해 등 경남지역에는 그런 게 없다.

■ 기타
△황원선=한국에서도, 원래 살던 나라에서도 고려인은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소외감을 많이 느끼며 산다. 고려인은 같은 민족이지만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나라에 흩어져 있다. 나라마다의 단체가 아니라 고려인만의 단체,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두 마하트=한국 사람의 40%는 외국인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과 우리가 만나면 주변사람들이 싫어할 때가 많다. 가게에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요즘은 예전보다는 낫지만, 동상동 외국인거리에 가면 외국인이 많아서 무섭다며 꺼리는 사람도 있다.
 
△도안티 탄뚜이=11세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데 가기 싫어한다. 친구들이 외국인이라고 놀려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담임교사에게 이야기하면 그런 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렇게 말하니 아이는 억울해 한다. 아이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혼자 논다.
 
△무니르 위카르=다문화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만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아내 입장에서는 외국인 남자와 결혼한 사람들의 모임도 생기기를 바란다. 함께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김해뉴스 /정리=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 김해시 입장

다문화가족센터 활용 다양한 사업 진행

김해시는 6억 6100만 원을 들여 김해여객터미널 4층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주요 시설은 사무실, 상담실, 교육장, 언어발달실, 다문화체험관 등이다.

이곳에서는 한글교실, 결혼이민자 통·번역서비스, 언어 발달, 방문 교육, 부부교육, 지구촌어린이 이동도서관 운영 등 단계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체험관을 확대해 세계전통악기와 나라별 의상 체험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국인 자녀교육은 1 대 1 맞춤형으로 실시하고, 김해교육지원청과 연계한 한국어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진영읍, 동상동, 내외동, 활천동, 장유1동 등 5개 권역별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치해 다양한 다문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정의 욕구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강사를 모집해 주 1회 권역별로 한국어교실·이동도서관 운영, 생활 지도,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한 국가만의 독립적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인지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학교, 주민센터 등에서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문화체험관을 리모델링해 시민들이 다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이밖에 결혼이주여성의 남편들을 대상으로 남편 교육, 남편 자조모임 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육아, 교육 등의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대화의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결혼형태를 반영해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남편을 위한 프로그램도 앞으로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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