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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상습 폭행" 이주노동자들 사업장 변경 허가 요구이주노동자단체 "고용허가제 맹점 … 피해자 구제조치 필요"
  
▲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제주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선장은 매일 큰소리로 화내고 욕하며 도구로 찌를 것처럼 위협했습니다. 내가 저 사람한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 선장이 국내어선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공개됐다. 피해 이주노동자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주공동행동과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에 따르면 베트남 출신 T(22)씨는 지난해 6월 고용허가제에 따른 비전문취업 어업비자(E-9-4)를 받고 제주도 갈치잡이 배에서 일했다. 선장은 T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급기야 올해 3월엔 T씨 등을 떠밀어 바다에 빠뜨렸다. T씨는 “캄캄한 밤에 갑자기 밀린 데다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있어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부터 T씨와 같은 배에서 일을 시작한 베트남 출신 S(22)씨도 선장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T씨와 S씨는 선주의 폭행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신고했다는 이유로 숙소에서 쫓겨났다. 고용노동부에 신청한 사업장 변경도 거절당했다. “경찰이 선주가 폭행한 사실을 확인해 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선장이 경찰에게 '폭행을 한 적도, 바다에 빠뜨린 적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T씨와 S씨는 현재 제주이주민센터가 운영하는 쉼터에 생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주에게 폭력을 당하며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맹점이 많은 고용허가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3년간 3회로 제한된다. 사용자의 폭행·상습적 폭언·성폭행·임금체불 등이 있을 경우는 언제라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노동부나 경찰에 통역인이 없어 이주노동자의 피해사실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증명해도 가해자 말이 관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경찰과 노동부는 피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제 조치에 즉각 나서고,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며 “해당 업체 고용허가를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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