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투투버스의 마지막 행선지는 고용노동부[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이주노동자 투투버스 이렇게 달렸습니다 2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8.05.29 16:31

1) 5월 15일, 화성 고용센터로

투투버스 투쟁이 중반부를 지날 무렵, 경기도 화성고용센터로 투투버스가 달려갔다. 이날은 경기이주공대위를 비롯하여 민주노총 경기본부,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등 경기지역에 있는 노동조합과 연대 단위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임금체불로 인해 사업장변경이 지연되고 있었던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화성고용센터는 투투버스 투쟁이 열리기 하루전날 급하게 변경처리를 하는 등 뒷수습에 바빠 보였다. 화성고용센터를 오고가는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도 투투버스에 관심을 보여서 길거리에서 바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2) 5월 17일, 충주 고용센터

충북 충주에 소재한 농장에서 일하기로 계약한 이주노동자를 전북 전주와 전남 나주를 오고가며 불법파견을 했던 사업주에 대해서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만 원직 복직시킨 충주 고용센터에 항의하기 위해 투투버스가 충주로 달려갔다. 이날 역시 민주노총 충북본부를 비롯하여 충북음성지부, 제천단양지부, 택시노조 제천지부, 교육공무직 충주지회, 현대성우메탈지회 등 충북지역의 여러 노조들과 지역이주단체들이 집중적으로 연대했다. 더불어 각 노조 지회에서 모은 투쟁기금도 전달하여 투투버스 투쟁에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진행된 충주고용센터와의 면담에서 불법 파견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에 대한 직권처리, 사업장 변경 시 이주노동자 쉼터 지원문제,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폐기 등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개선을 촉구하였다.

3) 5월 22일, 논산시 농장 일대 

이주노동자 투쟁투어 버스 논산 집회

충남 논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딸기밭, 수박밭 등 비닐하우스 농장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기숙사 문제, 부당한 숙식비 공제동의서 문제,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임금체불 문제 등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2년 넘게 임금이 체불된 이주노동자, 수로위에 설치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서 사는 이주노동자, 숙식비로 1인당 30만원씩 강제로 징수되는 이주노동자 등 당사자들이 직접 농장과 사업주 집앞을 찾아가는 투쟁을 진행하였다. 투투버스 집회를 보고 주변 농장주들과 고령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 동네에서는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거라며,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하는 너희들은 매국노라는 망언을 일삼기도 하였다. 

그런 반면에 임금체불액을 각서까지 쓰고 2년 가까이 지급안한 사업주의 집까지 찾아간 캄보디아 여성노동자가 집회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리자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반응이 엄청났다고 한다. 여성노동자가 올린 주요한 내용은 “노동자의 생활은 정말 힘들어요. 100만 원이라도 받으려는데 이렇게 힘들군요. 법원도 알고 변호사도 기자도 찾아갔는데 말이죠. 7월에나 준다네요.”였다. 그 밑에 '뭔 일이야? '사장이 돈 안준다고 많은 사람들이 집 앞에서 데모를 했어.', '그래서 사장이 돈을 줬어 어땠어?', '아직은 아니야.' '뭘 했어?', '데모를 했어', '성공하기를 바래.','고마워 친구', '오래되었는데 아직 동의를 못 받고 있었구나.', '그래도 사장이 나중에 전화해서 7월까지는 꼭 준다고 했어.','그래 잘됐네.','힘내!', '그래 그들로부터 임금을 받아내는 게 정말 힘들지. 힘내.', '무슨 일이야?' '많은 사람들이 데모를 했어' 등등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절반 이상은 '뭐 했어? 데모를 했어'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투투버스 투쟁을 통해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직접 사업주나 공무원에게 항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뜻깊은 하루였다.

4) 5월 23일, 대전노동청으로

이주노동자 투쟁투어 버스 대전 집회

바로 다음날, 논산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대전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대전본부를 비롯하여 투투버스를 타고 온 이주동지들과 함께 항의집회와 면담이 진행되었다. 투투버스에서는 논산시 일대에 근로계약상 산수가 맞지 않는 사기계약 문제, 최저임금 인상 이후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및 공제동의서 문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근로시간 측정이 불가능한 근로기준법 63조 문제 등에 대해서 한 시간이 넘게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노동청에서는 지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가 있고, 고용노동부 본청에서 지침을 바뀌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힘 빠지는 답변만 되풀이하였다. 

5) 5월 24일, 서울노동청장과 만나다

2주 전 면담자체가 불발되었던 서울노동청장과의 면담이 24일 성사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제도적인 문제점과 대안, 요구자료, 각 지역과 현장에서 수합된 이주노동자들의 피해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향후 이주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서 서울고용노동청과 세종시 고용노동부와의 정기적인 논의테이블을 가져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 열린 투쟁문화제에는 많은 연대단위들이 참여하며 투투버스 투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함께 결의하였다. 

6)  5월 27일, 투투버스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5월 27일 열린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평일에 일을 하루 쉬고 투투버스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에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5월 마지막 일요일에 투투버스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서울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애초 50여명 정도로 예상했던 인원이 배를 훌쩍 넘어서 120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투투버스 투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SNS 상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투쟁에 함께 참여하고자 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멀리 대구에서도 성서노조 조합원들이 상경하였다. 스리랑카 쟈민다 성서노조 부위원장은 피부색, 국적, 성별, 지역이 달라도 모든 이주노동자는 하나의 노동자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투쟁하자는 호소를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7) 5월 31일 투투버스 마지막 행선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러!

이주노동자 투쟁투어 버스 세종시 집회

5월 1일 메이데이를 시작으로 의정부, 여주, 양평, 성남, 화성, 충주, 논산, 대전, 서울을 거쳐 31일 투투버스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러 가기 위해 충남 세종시로 달려간다. 서울과 안산에서 각각 버스가 1대씩 출발하고 충남지역에서도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집결하기로 했다. 이제 곧 투투버스 5월 한 달간의 투쟁은 마무리되겠지만 앞으로 투투버스 시즌2, 시즌3도 얼마든지 다시 달릴 것이다. 

투투버스 집회 사회를 볼 때마다 투투버스에 이주노동자 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말을 곧잘 했었다. 과거 2003~4년에 명동성당에서 1년 넘게 농성 투쟁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추방되면서까지 얻어내고자 했던 노동허가제, 노동비자 쟁취를 2018년 현재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이주노동자들이 더욱 늘어났을 때 그 투쟁의 기반을 다진 게 바로 투투버스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투투버스 한 달간의 기록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5월 31일 2시 세종시 고용노동부에서 열리는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연대를 바란다.

https://youtu.be/i_9FjAE6V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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