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예멘 난민에 자비손길 건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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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6.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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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도가 논쟁으로 뜨겁다. 장기간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국가 예멘 난민들의 제주도 정착문제를 놓고 찬반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은 561명으로 이 가운데 51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는 2015년 한 명도 없었으나 2016년 7명을 시작으로 2017년 42명, 2018년 5월 현재 519명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2015년 예멘 내전이 시작되면서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던 난민들이 90일 체류기간이 끝나자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제주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무부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생활고를 고려해 이들에 대한 조기취업 허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불을 댕겼다. 즉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에 반대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5월부터 한달여 만에 160여건의 청원이 잇따라 게재됐고, 난민신청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난민 수용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 대다수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을 우려했다. 일부는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차별적 발언으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갈등이 확산되자 정부는 “제주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무사증 입국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며 무사증 입국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했다. 사실상 예멘인의 추가 입국은 더 이상 불가능한 셈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난민 수용 거부를 외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소수의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올 12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사형제 폐지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인권국가다. 제주를 찾은 예멘인은 전쟁의 위협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피해자들이다. 앞서 한 예멘인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멘은 지금 전쟁, 전쟁, 전쟁뿐이다. 예멘으로 돌아간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끌려가 총에 맞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김현태 기자

이들에게 제주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류인 셈이다. ‘인권’이라는 거창한 말은 차치하더라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온 이들을 모른 척 야박하게 내쫓을 순 없는 일이다. 혹여 피부 색깔이 조금 다르다고,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이 같은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은 아닐까.

무작정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폭력으로부터 탈출한 피해자를 또다시 가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단지 피부색이, 언어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과 자비의 대상에서 예외일 순 없다. 지구촌 이웃의 아픔에 누구보다 앞장서 함께해 온 불교계가 먼저 자비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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