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난민이 아닌 가짜뉴스를 혐오해야

  • 이희수 
  • 입력 : 2018.07.03 17:50:26   수정 :2018.07.03 17: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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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온라인상에는 난민과 이슬람권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 2일 한 네티즌은 특정 기사를 근거로 "아랍인들이 종각역에서 강간 게임을 계획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으며 분노와 공포를 호소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근거로 든 기사는 2016년 작성된 것으로 한 미국인이 종각역에서 강간 합법 집회를 열겠다고 거론한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이슬람 13교리에는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고 쓰여 있다`는 등 보기만 해도 강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시물도 주요 온라인 사이트마다 높은 클릭 수를 얻고 있다. 실제 코란에 이 같은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난민이 폭력 행위를 했다는 사진, 영상 등 게시물 중 상당수 역시 가짜뉴스였다. 그러나 수많은 온라인 괴담은 오프라인으로까지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금껏 난민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가 난민 수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을 수용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여론이다. 반면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입각한 일방적인 혐오는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다. 

우려와 불안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어 맹목적인 혐오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는 `혐오`돼야 한다. 한번 퍼진 혐오는 난민을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난민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거나 건전한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 시점에 견지해야 할 것은 `가짜뉴스에 대한 혐오`다.
 법무부 등 난민 문제를 다루는 정부 당국이 지금처럼 가짜뉴스를 방치해선 곤란한 이유다. 현재 정부는 난민 문제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난민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말이다. 가짜뉴스를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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