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反이민자법…부시 '이민자 없으면 곤란한데…'

[프레시안 2006-03-28 11:43]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50만의 시위대가 반(反)이민자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미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닷새째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 상원 법사위가 27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 근로자' 프로그램을 포함한 이민자법안 수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28일부터 상원은 이 수정안을 놓고 2주간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각 의원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기 지역구 주민들의 구성 등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오는 30일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불법 체류자와 이들을 도운 사람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미 상원 법사위가 27일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보다 다소 규제가 완화된 수정안을 민주당측 주도로 통과시켰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부시 대통령의 이민자법 개정 구상과 그동안 상원에서 제출됐던 매케인-케네디안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자법안이다.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통과된 '센센브레너-킹 법안(일명 HR4437법안)'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날 통과된 상원 절충안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또 하원안 가운데 불법 체류자를 돕기 위해 음식이나 숙소 등을 제공한 사람이나 자선기관, 교회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없앴다.
  
  또 이 안은 부시 대통령이 강력히 밀어 온 초청 근로자 프로그램은 포함시켰다. 불법 이민자에게 임시로 합법 노동허가를 내주도록 한 이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시민권 신청을 위해 일단 미국 밖으로 출국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광범위한 기피 직종을 불법 이민자들이 채워주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한 대안인 셈이다.
  
  이처럼 하원 통과 법안보다 다소 완화된 부분이 있지만, 이 법안은 그 대신에 현재 1만1300명인 국경순찰요원을 앞으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대다수가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법사위를 통과된 이 수정안은 28일부터 2주간 미 상원의 심의에 붙여진다.
  
  "오늘 우리가 학교를 나가지 않으면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다"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이날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문을 잠그고 학생들의 시위 참여를 막았지만 학생들은 "오늘 우리가 학교를 나가지 않으면 법이 통과된 이후 우리 중 절반은 학교를 나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학교 담을 뛰어 넘어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수는 〈AP〉 보도에는 8500명, 〈AFP〉보도로는 1만4000여 명이었다.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도 반이민자법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의사당 주변에서 약 1000여 명 시위대가 한국인 참가자들의 북과 징소리에 맞춰 집회를 벌였다. 한국 교민들은 뉴욕 70여 명을 포함해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에서 모두 100여 명이 참가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 1200만 명이 이번 법안의 처리 과정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반감 또한 높은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최근 실시된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여론조사 등에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임시로 합법 노동 자격을 부여하는 부시 대통령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이다.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에서 해결책 나올까?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기류를 경계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미국 사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국 시민증 수여식 연설에서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므로 이민자들이 미국 정체성에 위협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이민 전통이 미국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여전히 이민자를 환영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민자법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불법 체류자의 고국인 멕시코 정부는 27일 이번 사태는 미국-멕시코 간 이민협정의 체결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루벤 아길라르 대통령궁 내변인은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30일 멕시코 칸쿤에서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 스티블 하러 캐나다 총리와 북미 3개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회담에서 불법 체류자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여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