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2세들 “엄마, 왜 우리 이마에 불법체류자 딱지가?”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2-13 17:08]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30.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일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의 피가 ‘반만’ 섞였다는 이유로 혼혈인은 주위의 무시, 냉대와 싸워온 게 사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 2세들은 무시와 냉대는 물론 한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 정부정책에 의해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들과 부모를 따라 입국한 미성년자 가운데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 이들도 자연히 불법체류자로 규정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강제 추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목사)는 13일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주아동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에 따르면 2004년 현재 15세 이하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만 1000여명이지만 실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1500여명에 불과하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선 이주아동더러 학교에 다니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졸업 때까지 체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추방 대상이 되니 단속이 심할 때는 아이들이 학교는커녕 밖에도 못 나가고 불안해하죠. 학교에서도 놀림 받는 게 싫어 한국이름으로 가명을 쓰기도 합니다.”

박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정부의 ‘속인주의 중심의 국적제도’를 들었다.

“요즘과 같은 국제화, 다문화 시대엔 여기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한 만큼 이주아동에게도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혈아보다도 이주노동자, 특히 불법체류노동자 사이에서 나온 아이들이 더 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애들이 어려서부터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반문한 그는 하인스 워드의 성공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워드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는 다른 이주아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아동 중에서도 훌륭한 아이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커서 한국의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이주노동자를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박 대표는 “부모가 불법체류 노동자라고 아이들까지 대물림 돼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개탄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이마에 불법체류자라는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은 아동인권을 외면하는 일이에요. 이제 한국사회도 아동인권을 넘어 이주아동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할 때입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을 얻은 뒤 이주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