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A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 새 이민법안 반대

[업코리아 2006-03-27 16:02]  
28일 상원 상정 예정...부시, 초청노동자 프로그램 제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새 이민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 추산으로 50만여 명의 군중이 참가한 이번 시위는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노동조합과 종교 및 이민자 인권단체 등이 주도한 시위에는 히스패닉계와 한인들을 비롯해 주로 소수 인종 출신 이민자들이 참가했다 ‘이민자의 천국’으로 통하는 미국에서 새 이민법 제정을 둘러싸고 이처럼 극심한 논란에 빠진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새 이민법안은 '센센브레너법'이라고 부르는데, 이 법안은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임스 센센브레너(공화, 위스콘신주)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2월 이미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의 내용을 보면, 불법 이민자는 5년 내에 고국으로 돌아가 임시 근로자나 영주 희망자로서 다시 신청해야 하고,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형사 처벌된다. 또 교회 등 종교 단체와 사회봉사단체 등이 불법 이민자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법안은 또 멕시코 접경 지역에는 20억 달러 정도의 예산을 들여 320km에 달하는 장벽을 설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가 안보와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미국의 요새화하는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위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상원에서의 법안 심의를 앞두고 불법 이민자들이 많은 소수 민족 출신들이 분노를 터뜨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멕시코계 이민 2세로 첫 히스패닉계 로스앤젤레스 시장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스는 "이 법안은 미국의 불법 이민자들을 악마화하고 죄인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자는 2000년 800만 명에서 지난해 1, 00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불법으로 이민간 한국 교포는 20만여 명에 이른다. 또 한인들이 운영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하고 있어 새 이민법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교포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 이민법안 문제로 상당히 당혹스런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국은 이민자를 환영하고 법도 지켜야 한다”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불법 이민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불법 이민자들을 초청 노동자(Guest Workers) 프로그램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이란 이미 미국에 입국해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등록시켜 합법적으로 고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공화당 내에서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이미 하원에서 불법 이민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이를 통과시킬 기세이다. 공화당이 법안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는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역시 중간 선거에서 이민 사회를 끌어안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민주, 뉴욕주)은 “센센브레너 법안은 문자 그대로 선량한 사마리아인은 물론 예수조차 범죄인 취급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11월 중간선거와 2008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새 이민법안에 대한 결론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