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감전·질식…외국인 노동자 '산재' 위험
3D 업종 하루 12시간 노동…산재 입어도 부당 대우
 
 
 
"우리는 언어가 다른 노동자일 뿐 불법사람이 아니다." 노동절(5월 1일)을 앞두고 대구지역 이주노동자 100여 명은 27일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고용허가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지난달 28일 대구 서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A(40) 씨가 6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1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이곳에서 일했던 A씨. 동료는 A씨가 야간근무와 잦은 잔업에 항상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공사현장에 있었던 B씨는 "회사 측이 공기를 맞추려 무리하게 잔업을 요구하는 날이 많았고, A씨는 다른 동료에 비해 더 많은 잔업을 했다. 홀로 한국에 와있다 보니 과로로 쌓인 피로를 풀지 못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주방용품 공장에서 일하던 파키스탄 출신 C(31) 씨는 지난해 10월 작업 중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손가락은 결국 봉합이 안 돼 절단 수술을 받았다. C씨는 한 달에 이틀 쉬는 날을 제외하곤 6개월 이상 12시간씩 2교대로 돌아가며 무리하게 일을 하다 사고를 겪었지만, 회사 측은 노동 능력이 없어진 C씨를 해고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잔업에다 각종 궂은 일로 내모는 근로환경 탓에 지칠 대로 지쳐가지만, 막상 사고를 당하면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대구경북의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당한 외국인은 84명에 이른다. 2011년 468명, 2012년 473명으로 증가하던 재해 피해자 수가 지난해에는 400명으로 다소 줄었으나 산업현장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의 재해위험은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노동계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추락, 감전, 질식 등의 재해를 겪는데, 주로 내국인이 꺼리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 탓에 자발적으로 또는 사업주 강요에 못 이겨 반복적으로 야근에 투입되다 보니 피로누적 등이 겹쳐 작업장 내 사고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똑같은 일을 해도 한국 사람과 비교하면 임금이 훨씬 낮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고국에 돈도 보내야 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신청하게 된다"며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작업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었을 때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일부 사업주들은 다친 외국인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몸이 제대로 낫지 않았는데도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 성서공단노동조합 관계자는 "작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내국인은 몸이 완치될 때까지 일을 쉬면서 통원 치료를 받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작업장에서 다쳐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근로복지공단이 평균 임금의 70%를 지원해주는데, 상당수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가 이런 규정을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근무를 시키고 지원금을 받아 임금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김용철 성서공단노동조합 소장은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교육받긴 하지만, 주로 한국에서 '지켜야 할 규정'에 관한 교육이 중심이다. 따라서 산업재해 제도에 대한 '권리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물정에 약한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들이 없도록 당국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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