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외국인노동자 사업장…노동부, 성폭력 실태 점검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 ㄱ씨는 ‘사장님’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고용주는 ㄱ씨 숙소를 마음대로 들락거렸고, 옷을 갈아입을 때면 들어와 빤히 쳐다보곤 해서 ㄱ씨와 동료가 서로 망을 봐주어야 했다. 신체 접촉도 잦았다. 고용주는 종종 ㄱ씨를 껴안았고, 바지를 당겨서 안을 들여다보거나 엉덩이를 만진 일도 있었다. 견디다 못한 ㄱ씨는 여덟 번이나 “사업장을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고용주는 매번 거절하고 “3년만 있다가 캄보디아로 돌아가라”고 했다.

ㄱ씨 같은 농촌 이주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용주가 내주는 숙소에 산다. 먹고 자는 것까지 관리감독을 받는 일이 많고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지만, 피해를 겪어도 이 사실을 알리기는 어렵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2016년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 여성 20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해보니 12.4%가 성폭력 피해를 겪은 적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의 64.0%가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였고, 피해 장소는 농장과 숙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고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았다. 한국말도 잘 못하고(68.4%),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몰라서(52.6%), 불이익을 당할까 봐(15.8%)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여성을 고용한 사업장들에 대해 20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노동환경을 점검한다고 19일 밝혔다.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노동법 위반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성폭력에 노출됐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점검 대상 504곳 가운데 70%가 농축산·어업분야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들의 90%가 외국인 여성을 고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예년에는 근로감독관과 외국인 고용허가제 담당자로 팀을 꾸려 4월에 이런 조사를 했는데 올해는 한 달 앞당겼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폭행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외국 인력 고용에서도 기본적인 질서를 빨리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업장 점검 때는 통역원도 같이 나가서 여성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와 고충을 직접 듣고, 통역원이 따라가기 어려우면 외국인인력상담센터와 전화를 연결해 의사소통을 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이번 점검 대상이 아닌 2500곳에 대한 점검도 연내에 마칠 계획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191557001&code=940100#csidx32d53331db6541da9de20c3e74383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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