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난민에 대한 공포가 향해야 할 곳 / 배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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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0:16 | 최종 업데이트 2018-06-25 10:17

제주도의 예멘 난민들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거세다. 난민을 수용하자는 언론사 칼럼에 “그럼 그 난민 네가 데리고 살아라”는 비난 댓글이 달리고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각종 가짜뉴스가 난무한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가량(49.1%)이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4일 기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38만 명을 넘어섰다. 무엇이 이토록 국민에게 거부감을 표시토록 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공포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였다가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하는 것이다. 수용반대론자들은 제주 난민들이 무슬림이고 이들의 약 90%가 남성임을 문제 삼는다. 이들이 언제 테러를 일으킬지 모르고, 여성 인권 수준이 낮은 문화권에서 자란 탓에 우리나라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현재 여론은 ‘무슬림 남성이라서’, ‘난민이라서’라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방식으로 점철돼 있다. 늘 그렇듯 공포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안전을 호명한다.

나는 일부 남성 그리고 여성들의 실존적인 공포를 부정하지 않는다. 젠더 권력 측면에서 남성 난민이 국내 여성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이야기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공포를 ‘무슬림 남성’, ‘난민’이라는 개별 속성에 투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결국 그 끝은 차별과 혐오이고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성소수자라서’ 혐오해도 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무슬림 남성’이라서 문제라고? 어느 종교나 사회든 여성혐오는 존재한다. 기독교의 아동 성폭력 문제, 몰카와 성매매를 일삼는 한국 남성들, 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백인 남성들의 성희롱과 폭행 등 어떤 문화권의 남성이든 젠더 권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모든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무슬림 남성’만 유독 쉽게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상황적 약자를 타자화해 자신의 편견으로 난민을 균일화하고 인종차별을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슬람에도 페미니스트가 많고 히잡을 벗으려는 요구에 동조하는 무슬림 남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성범죄가 가능한 사회구조에 있지 특정 문화권의 남성들에 있지 않다.

‘난민’이라서 문제라고? 난민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은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해 독일 범죄율은 전년 대비 10% 떨어졌고, 불법 이민자 및 외국인 범죄율은 무려 22%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망명 허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법을 잘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범죄율 또한 내국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포의 방향이 잘못됐다. 공포는 상황적 약자가 아닌 국민의 공포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의 공고함에 투사돼야 한다. 성범죄를 유발하는 가부장제의 특권의식, 난민의 빈민화가 범죄행각으로까지 이어지는 걸 방조하는 이주민 정책의 미비함, 각종 편견과 혐오를 막아줄 차별금지법의 부재가 그 대상이 돼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가부장제의 폭력성 근절을 위한 노력, 난민 인권교육, 사회적 통합을 위한 난민들의 재사회화, 난민의 빈민화를 방지하는 국가지원책 등 다양한 정책이 복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또 하나의 공포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예멘 난민들은 한국에서 추방당하면 다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거나 예멘으로 돌려보내져 전쟁에 내몰릴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는 우리가 구조적으로 연루된 공포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에 무기를 수출하고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를 도와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우리가 내다 판 무기가 난민들이 가진 상흔과 직면하고 있는 공포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그들의 공포가 우리 사회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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