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의 자투리 생각] 코로나19 막을 사회적 백신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2020-02-25 18:56:29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듯이, 바이러스가 있으면 백신도 개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이유다. 현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다음 달부터 집중적으로 국내로 들어올 중국인 유학생 문제다.

확진자 급증하면서 적대와 공포 확산

외국인 유학생에도 위로와 온정 필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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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대응 단계에서 많은 말들이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독재, 민주, 자유, 인권 등 사회·정치적 담론이 재생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탈혐오, 소통, 공감, 연대를 강조했다. 그런데 부산의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각 매체의 뉴스와 SNS는 ‘온천교회’, ‘신천지’, ‘대구’로 도배됐다.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중국의 우한보다는 낮지만 준봉쇄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의로운’ 말들은 소란에 묻혀 힘을 잃고 있다.

메르스로 직격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지라, 메르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19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비행기에서 관광객이 살짝 재채기만 해도 벼락을 맞은 것처럼 혼비백산하며 끝자리로 이동한다. 식사 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데 외국인의 것임을 알아차리면 그 카드가 바이러스 덩어리처럼 보이는지 손톱으로 카드 끝자락을 쥐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했다고 알려주어도 여전히 무서워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중국에서 20일 이상 집에서만 지냈다. 한국에 와서는 또 2주 동안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그전에 공항에서부터 사전 정보 등록, 체온 체크, 능동적 자기관찰을 진행토록 안내받고 있고, 또 기숙사에서 2주 동안 지내게 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래도 유학생들은 큰 이견 없이 힘든 그 과정을 잘 참고 지내고 있다. 견디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 조용히 있는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볼 때 한 명의 유학생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 받는다면 해당 대학은 풍비박산될 것 같다. 건물은 전면 봉쇄되고, 2주 동안 참아 가며 열심히 스스로 격리한 학생들과 이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 학교 직원들의 수고는 물거품이 되고 지역 사회의 비난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는 충분히 가능하다. 혐오는 분노와 적대를 부채질할 수 있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그 지역의 조선인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았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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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직접 제어하는 백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국제적 연대로 또 양심 있는 시민 행동으로 이른바 ‘혐오의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사회적 백신’은 만들 수 있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퍼진다면, 우리도 국경을 넘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쌍방향 공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생명 존중은 가장 약한 고리에서 시작된다. 이전에는 다정하게 인사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피해 가게 되는 어느 시장의 채소 파는 할머니, 영도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나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방역 공무원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통역 봉사에 나섬으로써 방역에 협조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그들에게 위로와 따뜻한 마음을 보내야 한다. 그러면 부산, 나아가 우리 전체가 더욱 안전해진다.

부산은 민주화의 성지이며, 바다처럼 포용력 있는 개방도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산의 품격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부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협력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부산시장과 주부산 중국총영사가 사회적 백신의 담론을 이끌어야 한다. 상징적 의미를 지니지만, 부산시장과 총영사는 적극적으로 중국인이 집중해 있는 대학과 노동 집거 지역에 가서 외국인들을 위로하면 좋겠다. 도서관, 시청, 출입국사무소 등 공공기관에 외국인을 배려하는 글귀와 문구들이 많이 보일수록 부산의 사회적 백신은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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